경제·금융 보험

고령화시대 요양서비스 필수인데…규제에 막혀 신사업 시작도 못해

[불합리한 제도가 발목잡은 K보험]

<하> 아직도 기울어진 운동장서 뛰는 보험사

한국선 보험사가 '의료적 판단' 못해 건강관리서비스 제한적

요양시설 설립하려면 토지·시설 소유 강제…日선 자율에 맡겨

헬스케어·요양서비스 신사업 진출 늘리려면 '규제 완화' 절실


# 일본 다이이치생명은 가입자의 건강검진 결과를 분석해 암·뇌졸중·뇌경색·심근경색·당뇨의 ‘5대 질병’ 발병 리스크를 예측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보험사가 가입자의 건강검진 결과를 토대로 ‘암에 걸릴 수 있으니 흡연을 하지마라’ ‘뇌졸중의 위험이 있으니 운동해라’ 등의 건강 조언을 해주는 것이다. 가입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서비스지만 현재 우리나라 보험사는 이 같은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비의료기관이 제공할 수 있는 건강관리 서비스의 범위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건강관리 서비스는 ‘의료적 판단’이 제외된 것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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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가 가속화되고 개인의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는 가운데 보험사들은 헬스케어·요양 서비스 중심의 신사업 진출을 하기 위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비의료기관이 제공할 수 있는 건강관리 서비스의 범위 확대, 보험사들의 요양 서비스 진출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 등이 꼽힌다.



12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복지부의 ‘비의료 건강관리 서비스 가이드라인’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재 비의료기관이 제공할 수 있는 건강관리 서비스가 제한돼 있는 만큼 기준이 완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고객 건강 정보 기반의 건강 상태 분석, 질병 발병 위험도 예측 서비스를 하도록 허용한다면 국민들의 적극적인 건강관리를 유도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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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복지부의 가이드라인상 공신력 있는 기관에 대한 범위 확대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신력 있는 기관이 발표하는 객관적 자료에 근거한 비의료기관의 조언·상담을 허용하고 있지만 공신력 있는 기관의 범주에 상급종합병원 등 의료기관은 제외돼 보험사와 의료기관 간 협업이 잘 되지 않는 상황이다. 실제로 한 보험사가 A상급종합병원과 공동으로 심혈관 질환 위험도 측정 서비스를 개발하려고 했지만 A병원이 공신력 있는 기관에 해당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서비스 개발·이용의 실효성도 낮았고 학회 등의 심의를 받기 위해 별도의 비용이 들어가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보험 업계가 다양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복지부의 마이 헬스웨이(의료 마이데이터) 플랫폼 구축 시 보험사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마이 헬스웨이는 개인 주도로 자신의 건강 정보를 한곳에 모아 원하는 대상에게 데이터를 제공하고 직접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복지부는 올해 안에 마이 헬스웨이 활용 대상(기관) 심사 기준 등을 마련할 예정이다. 아직 마이 헬스웨이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았지만 보험사도 참여할 수 있도록 기준이 마련된다면 영유아 건강검진 결과 기반의 성장 관리, 처방 기록을 통한 복약 알림 등 다양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요양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보험사들의 요양 서비스 진출 확대를 위해 규제 완화 및 인센티브 제공도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들어서야 요양시설 설립 시 국가·지자체 소유 건물·토지의 임차가 가능하도록 됐지만 이전에는 요양시설 설립 시 토지·건물을 소유해야만 했다. 민간 소유의 건물·토지까지 임차할 수 있도록 허용해 준다면 일본처럼 보험사들이 적극적으로 요양 서비스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요양 서비스 사업에 진출한 보험사는 KB손해보험이 유일하다.

우리나라보다 고령화 속도가 빠른 일본에서는 요양시설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는 상태다. 한국은 정원 30명 이상의 규모를 가진 민간 노인 요양시설은 시설 설치자가 토지 및 건물을 소유해야만 하는 강제 조항이 존재한다. 국가 및 지자체 소유 건물 및 토지는 임차가 허용되지만 민간 소유의 건물 및 토지는 임차가 불가능하다. 반면 일본은 요양시설 규모에 따른 규제가 없다. 인원 규모에 관계없이, 그리고 시설의 소유 여부와 관계없이 설비를 갖추고 개호 서비스를 제공하면 사업자 지정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일본에서는 솜포(SOMPO)홀딩스·도쿄해상·미쓰이스미토모·닛폰생명·소니보험그룹 등 다수의 생명·손해보험사가 요양 서비스 사업에 진출해 있다. 일본 대형손해보험그룹인 솜포홀딩스의 경우 요양 서비스 회사인 ‘손보케어’를 설립하고 방문 간병 등을 제공하는 ‘재가(在家) 요양 사업’과 ‘시설 요양 사업’에 진출해 활발하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시설 요양 사업의 경우 약 2만 6000가구의 요양시설 및 고령자 주택 등을 설립·운영하고 있고 일본 ‘시설 요양 사업’ 분야에서 1위를 기록하는 등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강성호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요양 서비스는 높은 초기 투자 비용, 경영 리스크 부담, 인력 관리의 어려움, 정책 변동성 등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요양 사업과 간병보험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만큼 시장 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 보완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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