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부동산 신탁원부가 등기부등본에 표시되는 방법을 개선한다. 사회초년생을 상대로 신탁관계 파악이 까다롭다는 점을 악용한 전세 사기가 늘자 이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최근 ‘부동산 신탁등기 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현행 등기부등본에는 신탁 원부 번호만 나올 뿐 대출 규모 등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이로인해 ‘신탁원부’를 발급해야하지만 이마저도 인터넷을 통한 발급이 안돼 등기소를 직접 찾아가야 하는 실정이다. 대법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신탁등기사항을 등기부등본에 직접 기록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부동산 신탁등기는 집주인 혹은 건물주가 소유권을 전문 신탁업체로 이전하고 이익을 배분받는 상품이다. 신탁등기가 이뤄지면 집주인은 집을 임의로 처분할 수 없게 되지만 담보의 안정성이 높아진 만큼 대출한도를 늘릴 수 있다. 이로 인해 전세를 끼고 집을 구매하는 ‘갭투자’에 활용되기도 한다.
문제는 집주인(위탁자)이 신탁업체(수탁자)의 승낙 없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다. 이 경우 세입자는 임대차계약의 효력을 신탁업체에 주장할 수 없고 ‘불법점유자’로 간주돼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될 위험이 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전세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사회초년생 등 주거취약계층인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건이 늘고 있다”며 “법적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불충분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최근 5년간 동산 신탁등기와 관련 법률상담 건수는 △2017년 29건 △2018년 69건 △2019년 85건 △2020년 88건 △2021년 92건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사고도 2799건, 5790억원으로 집계돼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30대 피해자는 전체 피해의 절반 가량인 1391건, 2792억원을 차지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금융, 자산유동화, 투자, 사업경영 등 다양한 방면에서 신탁 제도 활용이 늘고 있고 경제 선진화, 고령사회로 나아가며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부동산등기법의 신탁등기사항 중 보완할 사항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