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동성애 금지"…‘신비한 동물사전’ 중국서 삭제된 6초

워너브러더스, 中의 동성애 대사 삭제 수용

美 매체는 "캐릭터 정체성 확립 방해" 비판

‘신비한 동물사전’ 3편의 한 장면. AP 연합뉴스‘신비한 동물사전’ 3편의 한 장면. AP 연합뉴스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 3편의 중국 개봉판에서 주요 등장인물의 동성애 관계를 묘사하는 6초 분량의 일부 대사가 삭제됐다.

12일(현지시각) 미국 영화 제작사 워너브러더스는 중국 당국의 요청에 따라 '신비한 동물사전' 3편인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에서 일부 대사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삭제된 대사는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었다’(I was in love with you), ‘겔러트와 내가 사랑에 빠졌던 여름’ 등으로, 극 중 마법 학교 호그와트의 교수인 덤블도어(주드 로 분)가 어둠의 마법사 그린델왈드(마스 미켈센 분)와 과거 동성애 사이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신비한 동물사전 3편의 한장면. 극 중 덤블도어 역을 맡은 주드 로(왼쪽)와 제이콥 역의 댄 포글러의 모습. AP 연합뉴스신비한 동물사전 3편의 한장면. 극 중 덤블도어 역을 맡은 주드 로(왼쪽)와 제이콥 역의 댄 포글러의 모습. AP 연합뉴스



'신비한 동물사전'은 '해리 포터'보다 극 중 시대적 배경이 앞서는 이야기를 담은 프리퀄 시리즈(오리지널 영화에 선행하는 사건을 담은 속편)다. 원작 소설을 쓴 작가 J.K 롤링은 2007년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출간 이후 팬 행사에서 덤블도어가 동성애 캐릭터라고 밝힌 바 있다.

관련기사



워너브러더스는 성명에서 "(중국 당국으로부터) 6초 편집을 요청받았고 이 지역의 요건에 맞추기 위해 이러한 변경을 수용했다"며 "하지만, 이 영화의 작품 정신은 훼손되지 않았고 사소한 편집과 상관없이 중국 관객들이 이 영화를 즐길 기회를 얻는 것이 우리에게는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제작사로서 우리가 개봉하는 영화가 무사히 상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는 다양한 시장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해, 조금씩 편집해야 하는 상황으로도 이어진다”며 “창작자들이 만든 그대로 전 세계에 출시한다면 좋겠지만, 일부 국가의 현지 시장을 위해서는 일부 수정을 해야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미국 영화 전문매체 할리우드리포터는 워너브러더스의 대사 삭제 조치를 비판했다. 이날 매체는 “삭제된 대사는 영화 러닝타임 143분 중 6초 분량에 불과하지만, 캐릭터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동성애 소재를 다룬 콘텐츠 상영을 금지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중국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가 미국의 유명 시트콤 ‘프렌즈’에서 레즈비언 캐릭터 ‘캐럴’의 성정체성을 드러내는 장면을 삭제해 팬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지난해 5월 특별편 ‘프렌즈: 더 리유니언’(Friends: The Reunion)도 성소수자인 팬의 인터뷰 장면 등이 중국 방영 과정에서 삭제된 바 있다.

이 같은 조치는 영화, 드라마 뿐 아니라 게임에도 적용된다. 중국은 지난 2018년 게임 내에서 동성애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비디오게임 시리즈인 ‘심즈’ 판매를 금지했다.


윤진현 인턴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