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가 위축되고 중국 경제 부진이 겹치면 한국 경제가 최악의 퍼펙트 스톰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새 정부가 이런 위험에 대응할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이종화 한국경제학회장은 14일 한국경제학회가 국민경제자문회의와 공동으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전환기 경제 환경 변화와 지속 성장을 위한 한국 경제의 과제’ 정책 포럼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회장은 “한국은 대외적으로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코로나19 대유행에 대응해 확대된 유동성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어떤 경제적 충격이 있을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는 부동산 가격 급등, 높은 물가 상승률, 빠른 부채 증가 등으로 저성장·고물가·고부채 상황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또 한국경제학회와 한국경영학회 등 4개 학회원을 대상으로 ‘새 정부가 추진해야 할 주요 정책 과제’를 설문한 결과 △좋은 일자리 창출 △적합한 외교정책 추진 △가계부채 관리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 조성 △인구 고령화 대응 등이 꼽혔다고 소개했다. 그는 “다음 달 출범할 새 정부는 무엇보다도 경제 대내외 위험에 잘 대응하고 경제 활력을 살려 좋은 일자리를 창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발표자로 나선 어윤종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국내에서의 가파른 물가 상승이 앞으로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일단 시장의 불안을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2021년 이후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따른 경기 회복, 국제 공급망 병목,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국내 물가 상승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전년 동월 대비 무려 4.1% 뛰었다. 4%대 상승률은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런 높은 물가 상승률은 일시적인 요인보다는 추세적인 요인에 따른 것이어서 단기간 내 쉽게 잡히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어 교수는 “올 1분기 인플레이션은 3.73%로 이 중 추세 인플레이션이 3.44%로 나타났다”면서 “지출 목적별 물가지수를 분석한 결과 최근 물가 상승은 교통·음식·숙박 부문에서의 높은 추세 인플레이션 때문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물가 상승이 다른 부문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고 민간의 기대 인플레이션을 안정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유류세나 상품 관세 인하 등 정책을 지속하고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