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독일 프랑크푸르트모터쇼 이후 3년 만에 ‘뉴욕오토쇼 2022’를 찾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프레스데이 첫날인 13일(현지 시간) 오전 일찍부터 주요 기업들의 부스를 돌아봤다. 이후 뉴욕 특파원들과 만난 그는 “모터쇼에 예전같이 많은 브랜드가 참여하는 대신 지금은 개별 행사를 통해 소통하는 테슬라를 비롯해 다양한 방식이 있다”며 “올해 뉴욕오토쇼 트렌드는 전기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두 개의 축”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도 뉴욕오토쇼에서 전기차와 SUV를 전면에 내세웠다. 우선 기아가 올1월 한국에서 출시한 전기 SUV 신형 ‘니로’를 선보였고 지난해 11월 로스앤젤레스오토쇼에서 첫선을 보인 대형 전기 SUV ‘EV9’을 전시해 주목을 끌었다. 현대차는 전기차 ‘아이오닉5’를 앞세웠다.
기아의 2023년형 준대형 SUV ‘텔루라이드’와 현대차의 대형 SUV ‘팰리세이드’는 뉴욕오토쇼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팰리세이드는 네 아이를 둔 엄마이자 웹사이트 ‘시티 걸 곤 맘(City Girl Gone Mom)’을 운영하는 유명인 대니엘 샤퍼 가족의 팰리세이드 체험기를 영상으로 만들어 큰 호응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게 정 회장의 판단이다. 그는 “사업을 추진할 때 내부적으로 변해야 할 부분이 많이 있다”며 “지금은 변화의 과정에 있다고 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소프트웨어 부분이 혁신적으로 많이 바뀌어야 하는데 지금 그것을 시작하는 단계”라며 “점수를 매기자면 당연히 100점은 안 되고 30이나 40점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나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 연장선에서 정 회장은 양적 성장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차를 단순히 많이 판다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며 “판매는 저희가 정말 차를 잘 만들면 되는 부분이지만 타는 사람들이 만족해야 하고 실속이 있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도 내부가 건강하고 체력과 체질이 좋아야 하지 체격만 크다고 좋은 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정 회장이 특히 강조한 것은 스피드와 품질·예측력이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신냉전에 따른 현대차그룹의 전략 방향에 대해 “국제 정세가 불안정하고 변화가 많기 때문에 예측이 어렵다”면서 “따라서 항상 시나리오를 갖고 민첩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 내부적으로 예측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국제 정세 변화로 사업 차질이 발생할 수 있지만 신규 지역을 통한 기회 요인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외부와의 소통을 강화해 예측력을 높이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품질 제일주의도 수차례 언급했다. 그는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판매 확대 방안과 관련해 “일단 품질이다. 품질이 제일 좋아야 하고, 아무리 전자장치가 많아지더라도 안전 문제가 생기면 안 된다”며 “그런 기본기를 다지는 것이 현대가 성공하는 길이라 생각하고 늘 그런 얘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방침은 현대차그룹의 경쟁 상대가 기존 완성차 업체를 넘어 정보기술(IT) 기업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정 회장은 현대차와 기아의 라이벌을 묻는 질문에 “우리 자신이라고 생각한다”며 “자동차 회사가 꼭 라이벌이냐. 그것은 잘 모르겠다. IT와 융합하고 있기 때문에 이겨야 할 것은 우리 자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수소전기차에 관한 투자 의지도 다졌다. 그는 “시행착오라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수소차를 안 하지는 않을 것이고, 기계와 화학·소재 이런 부분에 신경을 쓰고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는 반성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이들 분야에 과감히 투자해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새로 출범하는 정부에 바라는 점에 대해서는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남양연구소를 찾아 규제에 대한 새 정부의 의지를 말씀하셨다”며 “자율주행 같은 자세한 내용들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보여주셨고 관련된 얘기를 나눴다. 정부에 맞춘다는 생각이 아닌 우리 스스로가 일관성을 갖고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