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못 벗는 것은 아쉽지만 이제야 지긋지긋한 코로나19에서 벗어나는 실감이 나네요.”
2년 1개월 동안 진행된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 방역 지침이 다음 주부터 사실상 전면 해제됨에 따라 시민들의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3년간 발이 묶여 있던 해외여행은 물론 각종 사적 모임, 집회·행사, 다중이용시설에서의 음식물 섭취 등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콘서트 ‘떼창’이 가능해지고 영화관에서 팝콘을 먹으면서 영화를 볼 수 있게 된다. 방역 문제로 발목이 잡혀 열리지 않던 각종 지방자치단체 행사도 본격적으로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민들은 눈앞으로 다가온 일상 회복에 들뜬 분위기가 역력했다. 그동안 방역을 이유로 거리 두기가 조였다, 풀렸다 하면서 느꼈던 피로감도 해방감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다만 한쪽에서는 여전히 완전한 일상 회복으로 돌아가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거리 두기 전면 해제를 앞둔 기대감은 해외여행 수요부터 반영돼 나타나고 있다. 15일 서울경제가 각 항공권 비교 사이트를 취재한 결과 다음 달 중순 인천에서 파리로 향하는 왕복 비행기표는 최소 94만 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또 다른 인기 여행지인 미국 로스엔젤레스(LA)를 가려면 왕복 최소 134만 원을 내야 했다. 아직 여객 공급이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되지 않은 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유가가 폭등하면서 유류할증료 부담도 커졌다.
비행기표 가격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할 때 1.5~2배 수준까지 뛰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1년에 두 번씩 해외여행을 다녔다는 30대 직장인 A 씨는 “파리만 해도 예전에는 중국 항공사를 통해 경유하면 왕복 70만 원에도 가능했는데 이제는 100만 원 이하면 감사해야 하는 수준”이라면서 “직항 가격은 전과 대비해 2배가량 올랐을 정도로 사악해졌다”고 말했다.
2년이 넘게 영업에 어려움을 겪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도 거리 두기 전면 해제를 반기는 모습이다. 명동에서 24시간 국밥집을 운영하는 B 사장은 “24시간 영업을 하니까 새벽에 해장하러 오는 손님도 많은데 포장 장사만 하느라 매출이 많이 줄었다”며 “다음 주부터는 다시 24시간 영업을 할 수 있으니 기대감이 크다”고 밝혔다. 늘어난 영업시간에 따른 준비가 한창이지만 때 아닌 구인난으로 인한 어려움도 여전하다. 거리 두기 해제 소식에 일찍부터 직원 채용 공고를 냈지만 면접을 보러 오는 사람이 없는 곳도 다수다. 서울 강남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C 씨는 “주휴비 포함 시급 1만 1000원으로 구인 공고를 냈는데 두 달째 아무런 연락조차 없다”면서 “아르바이트생을 구했다는 옆 가게들을 보면 시급을 1만 5000원까지 불렀다던데 인건비를 얼마까지 올려줘야 하는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배달·포장 등 비대면 노동시장이 커지자 대면 중심 일자리가 외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달 또는 심부름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원하는 시간대에 사람을 마주치지 않고도 짧고 굵게 일할 수 있는 자리가 많이 생겨난 만큼 굳이 홀 서빙 등 기존 아르바이트를 찾아 나설 필요가 없어졌다는 얘기다.
대학가는 3년 만의 ‘봄 축제’ 재개 준비가 한창이지만 동시에 ‘반쪽 캠퍼스 생활’에 적응된 학생들로 고민이 크다. 대면 수업에 익숙지 않은 학생들도 문제지만 ‘코로나 블루’를 겪는 이들에 대한 지원도 절실하다. 성균관대, 건대 글로벌 캠퍼스(충북) 등은 대면 심리 상담을 늘릴 계획이다. 성균관대 학생상담센터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상담을 지속해오다 최근 대면 상담 병행을 논의하고 있다”며 “곧 변화가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년층이 코로나 블루에 더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이는 단연 청년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일상 회복이 되더라도 코로나19로 인한 심리적 회복은 더디게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심리적 후유증은 신체적 후유증보다 회복이 늦다”며 “대면 활동이 늘고 일상 회복이 진행돼도 코로나 블루가 회복되기까지는 1~2년 가까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일상 회복이 이뤄졌어도 학교와 정부가 상담 프로그램 등 ‘심리적 일상 회복’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