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다음 달 23일부터 코로나19 확진자의 격리 의무가 없어진다. 독감처럼 필요한 경우에는 동네 병·의원을 방문해 치료받는 일반 의료 체계 회복이 이뤄진다. 다만 신종 변이가 출현해 다시 코로나19가 유행하면 다시 방역의 고삐를 조인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11월 시행돼 45일 만에 중단된 일상 회복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비상사태를 대비한 시뮬레이션을 철저히 하고 다양한 치료제를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방역 당국은 15일 5월 하순까지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방역·의료 체계로 전환하는 내용의 ‘포스트 오미크론 대응 계획’을 발표했다. 국내 코로나19 발생 2년 3개월 만에 일상 의료 체계 회복을 공식화한 것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번 체계 전환은 단순한 감염병 등급 조정이나 방역 완화가 아니라 코로나19와 함께 안전하게 일상을 재개하고 일상적인 진료 체계를 갖추기 위한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이달 25일 고시 개정을 통해 코로나19를 2급 감염병으로 지정한다. 24일까지는 준비기, 25일부터 4주간 이행기, 이후 안착기를 통해 2급 감염병 체계를 정착시킨다. 이행기에는 확진자 7일 격리 의무, 고위험군 재택치료, 치료비·생활비 지원 등 현행 관리 체계가 그대로 유지된다. 확진자 전수 감시도 동일하고 신고 의무만 즉시 신고에서 24시간 내 신고로 완화된다.
안착기가 되면 확진자의 격리 의무가 사라지고 재택치료도 없어진다. 지정 의료기관이 아닌 모든 동네 병·의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생활비·유급휴가비·치료비 정부 지원이 종료되며 치료비는 건강보험 체계 내에서 본인 부담이 된다. 신속항원 검사료 역시 정부 부담에서 민간 부담으로 전환돼 현재 5000원보다 더 많은 본인 부담금이 발생할 수 있다.
코로나19 병상도 중증 환자 중심으로 순차 개편된다. 이행기에는 중등증 병상 중 거점 전담 병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지정 해제하며 중증·준중증 병상도 단계적으로 줄여나간다. 안착기에 들어가면 중증·준중증·중등증 환자를 위한 병상 4191개만 남긴다. 생활치료센터도 이행기에 단계적으로 축소해 안착기에는 대부분 폐소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신종 변이나 재유행이 발생할 경우 ‘검사(Test)-추적(Trace)-격리·치료(Treatment)’ 등 ‘3T’ 전략을 다시 도입한다. 또 새 변이와 유행의 특성을 분석해 그에 맞는 영업시간 및 사적 모임 제한 등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를 다시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재유행 규모가 커지면 중앙이 병상을 배정하는 체계를 다시 가동하고 요양병원·시설 등 감염취약시설에 대한 면회·외박을 다시 제한하는 등 신속하게 대비 태세에 들어가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일상 회복 중단과 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비상 체계와 치료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비상사태가 터지면 1단계·2단계 등 시행 계획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면서 “주요 변화가 있을 때마다 전문가들과 상의하고 의견을 교환해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치료제를 초기에 잘 투여한다면 병상 및 의료진 부족 문제는 겪지 않을 것”이라면서 “현재 들여온 경구용(먹는) 치료제를 적극적으로 처방하고 미국이 이부실드 처방으로 위중증 환자·사망자가 감소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