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삼성 '반도체 아성' 흔들…경영·투자 정상화 시급

■ 위기의 삼성

TSMC·인텔 공격투자와 대조

주가 올해만 15% 넘게 떨어져

사법족쇄 등 풀어 일할 기회 줘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서울경제DB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서울경제DB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연합뉴스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연합뉴스


삼성전자(005930) 위기론’이 불거지고 있다.



기업가치의 바로미터인 삼성전자 주가는 올 들어 외국인들이 3조 원어치 이상을 순매도하면서 15.3% 떨어졌고 1년 새 20.6%나 급락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위기론의 주요 원인으로는 △흔들리는 반도체 제국 △반도체와 바이오를 이을 넥스트 사업 부재 △5년간 휴면상태인 인수합병(M&A) △사법 족쇄에 묶인 이재용 부회장 △컨트롤타워 부재 등이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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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반도체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1위 기업인 대만 TSMC는 향후 3년간 1000억 달러(약 113조 원)를 투자해 설비를 늘리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고 미국 인텔은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하며 유럽에 10년간 110조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분야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30년까지 세계 1위에 오를 것이라고 호기롭게 선언했지만 지난해 4분기 기준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18.3%로 TSMC(52.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도체와 바이오를 이을 ‘넥스트 먹거리’가 부재한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현대차(전기차·로보틱스)와 SK그룹(수소·친환경), LG그룹(전자 장비) 등 다른 대기업이 미래 전략 사업 발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그룹은 이렇다 할 신수종 사업이 결여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100조 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2017년 전장 기업인 하만을 인수한 후 대규모 M&A가 전무한 상태다.

이 부회장이 취업 제한 등 경영 활동에 제약이 있는 것도 과감한 투자와 M&A를 지연시키는 요인이다.

송재용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이 부회장의 오너 리스크로 M&A 추진이 올스톱됐고 그동안 차량용 반도체 등 인수 대상 기업의 가치가 너무 올라 매수 기회를 잃고 말았다”며 “정부는 오너 리스크를 풀어주고 우리가 취약한 파운드리·팹리스·패키징 등의 반도체 산업 생태계 조성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7년 국정 농단 사태로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서 컨트롤타워가 사라진 것도 삼성의 장기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생명을 중심으로 3개의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하고 있지만 미래 투자 전략을 세우고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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