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전략을 위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에 나선 화학 업계가 ‘대체육’ 시장에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선진시장인 미국, 유럽의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기술 확보에 나서는 한편 대체육 소재 생산에도 힘을 쏟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초 미국 대체육 스타트업 ‘핀레스푸드’(Finless Foods)가 진행한 3400만 달러(약 418억원) 규모 펀딩에 참여해 수백억원을 투자했다. 이 회사는 생선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 배양한 뒤 인공육을 만드는 기술을 갖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돼지고기 배양육을 개발하는 미국 스타트업 ‘뉴에이지미츠’에 투자하기도 했다.
SK그룹의 투자 전문 지주사 SK㈜도 대체식품 시장 진출 후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는 중이다. 2020년 미국 대체 단백질 회사 ‘퍼펙트데이’에 540억원을 투자하며 시장에 진입했고, 지난해에는 이 회사에 650억 더 투자하면서 이사회 의석까지 확보했다. 퍼펙트데이는 소에서 추출한 단백질 유전자로 ‘발효 유(乳)단백질’ 생산에 성공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설립 10년 이하의 스타트업)이다.
SK㈜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미국 대체 단백질 개발사 ‘네이처스파인드’에도 290억원을 투자했다. 중국 조이비오 그룹과는 1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중국 내 유망 대체식품과 푸드테크 스타트업 발굴에 힘을 쏟는 중이다. 대체단백질 패티 회사 ‘미트리스팜’에도 투자했다.
대체육 시장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고기를 대체할’ 소재 생산을 위한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롯데정밀화학은 메틸셀룰로스를 비롯한 셀롤로스 계열 소재 생산을 위해 18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메틸셀룰로스는 대체육이 육류 고유의 식감과 향을 내도록 하는 데 필수적인 재료다.
화학업계의 대체육 투자 확대는 각 기업의 ESG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대체육이 증가하면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다량의 탄소를 감축할 수 있어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축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5%를 차지한다.
향후 각 기업들의 투자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글로벌 대체육 시장이 2020년 40억 달러에서 2030년 74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국내 대체육 시장은 미국, 유럽에 비해 뒤처졌지만 한화, SK 등 대기업이 본격적으로 투자하는 데다 연구개발(R&D)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만큼 성장세가 가파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