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대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상향 조정할 뿐 아니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실수요자를 선별해 완화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최근 부동산 규제 완화 기대감에 집값 불안 조짐이 나타나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내부에서 나오기는 했지만 “자산이 부족한 청년과 신혼부부에 내 집 마련 기회를 줘야 한다”는 윤 당선인의 약속이 먼저인 만큼 규제를 풀기로 한 것이다.
18일 인수위 관계자에 따르면 부동산 태스크포스(TF)는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와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DSR 규제를 완화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인수위 관계자는 “DSR 규제를 강화 또는 현행 유지해야 한다는 일부 의견이 있던 것은 맞지만 청년이나 신혼부부에 내 집 마련 기회를 주겠다는 윤 당선인 공약을 지키기 위해 DSR도 완화하기로 했다”며 “실수요자 선별 기준을 논의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윤 당선인은 현재 수도권 지역에서 최고 40%인 LTV 규제를 지역 구분 없이 70%(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는 80%)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만 공약에 담았을 뿐 DSR은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LTV 규제만 풀고 DSR을 유지할 경우 소득이 많은 일부 계층만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LTV는 주택 가격에 비례하지만 DSR은 소득 수준과 연동되기 때문이다. LTV 상한선을 높이더라도 소득이 적으면 은행 등에서 빌릴 수 있는 돈에 한계가 있다.
이러한 문제 의식을 느낀 인수위는 출범 초반부터 LTV는 물론이고 DSR까지 완화하는 방안을 살펴봤다. DSR 규제를 손대지 않으면 7월부터 DSR 3단계로 오히려 강화되는 문제도 있다. 3단계가 예정대로 시행되면 현재 총 대출액 2억 원 초과 대출부터 적용되는 DSR 40%가 총 대출액 1억 원 초과로 확대 적용돼 새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에 역행한다. 인수위는 DSR 40% 적용 기준을 총 대출액 5억 원 이상으로 높이면서 현 정부 규제를 자연스럽게 폐지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두고 논의를 전개했다.
하지만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 예고로 집값 불안이 감지되자 인수위 내부 분위기가 급변했다. 재건축 등 규제 완화 기대감에 서울과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집값이 상승 전환하는 곳이 나타나면서 속도조절론이 대두된 것이다. 한국은행이 매달 조사하는 주택 가격 전망도 8개월 만에 반등하는 등 집값 상승 전망이 다시 커졌다. 이에 DSR 완화 자체가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이 나왔다. 특히 금융 당국을 중심으로 DSR 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다.
이에 인수위는 집값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자산이 많지 않은 실수요자도 집을 살 수 있도록 DSR의 선별적 완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전체 DSR 규제를 완화하지 않고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나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만 예외를 두는 방식이다. 7월부터 시행 예정인 DSR 3단계는 검토 단계이지만 폐지 가능성이 크다. 주택담보대출의 만기를 40년 이상으로 늘리거나 청년층 미래 소득 반영 비중을 높이는 등 DSR 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방안도 동시에 살펴보고 있다.
인수위 내부에서는 최근 인플레이션으로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대출 금리도 함께 상승하는 만큼 규제 완화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인수위 관계자는 “LTV 규제를 공약대로 확실하게 풀기로 했고 DSR도 실수요자를 어떻게 구분할 것이냐는 문제는 남아 있지만 손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