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표현의 자유를 지키겠다며 트위터 인수에 430억 달러(약 52조원)를 걸었습니다. 지난 2월 기준으로 개인 자산이 1980억 달러(약 245조원) 달하는 세계 최대 부자만이 부릴 수 있는 ‘사치’에 전 세계가 놀랐습니다. 팔로워 8200만여명을 보유한 열성 트위터 이용자로서 이제 직접 트위터를 개조하겠다는 겁니다. 머스크가 꿈꾸는 표현의 자유는 과연 실현 가능한 것일까요.
지난 15일 트위터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경영권을 방어하는 극약 처방을 ‘포이즌필’이라는 카드를 내밀었습니다. 적대적 인수 상대방인 머스크 CEO 측에서 매입한 트위터 지분이 15% 이상이 될 경우 기존 주주들이 트위터 주식을 할인된 가격에 매입할 수 있게 한 건데요. 이는 내년 4월 14일까지 유효합니다. 여기에 트위터 경영진에 우호적인 일종의 ‘백기사’들도 트위터 인수 의사를 타전하면서 월가에서는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에 대해 회의론이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인수 가능성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더라도 그가 던진 파란을 두고 실리콘밸리의 생각도 궁금합니다. 트위터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어떤 평가가 있을까요. 머스크 CEO가 내세운 건 2006년 창립 당시 ‘표현의 자유’ 원칙에 충실했던 트위터로 돌아가자는 겁니다. 자신이 트위터를 인수하면 광고 의존도를 크게 낮추고 표현의 자유를 허용하는 초창기의 공론장으로 돌아가게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또 이를 위해 트위터의 추천 알고리즘을 모두 공개해 트위터의 알고리즘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했습니다. 이 역시 공상에 그칠지, 현실성이 있는 방안일지 다뤄보겠습니다.
머스크가 꿈꾸는 인터넷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최근 이샨 웡 레딧 전 CEO는 트위터 개인 계정에 긴 스레드(연결된 트윗)를 활용해 “머스크는 소셜미디어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며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다면 이는 곧 고통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습니다. 그 이유로 그는 먼저 소셜미디어 상 검열의 불가피성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웡 전 CEO는 “소셜미디어가 컨텐츠를 검열하는 건 플랫폼 규모가 커지면 불가피한 일”이라며 “이는 정부도, 이용자도 아닌 소셜 미디어 플랫폼 자체의 역동성에서 비롯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매일 같이 2억여명이 게시물을 올리고 이에 대한 반응을 주고 받다 보니 누구의 의지도 아닌 플랫폼 자체의 일종의 자정 작용으로서 콘텐츠 검열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웡 전 CEO는 한 발 더 나아갔습니다. 레딧은 Z세대(1996~2012년 출생자)의 참여도가 높은 소셜 미디어로 유명합니다. 트위터, 페이스북보다 훨씬 젊은 층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는데요. 그는 인터넷 커뮤니티 문화를 웹1.0(1990년대), 웹2.0(2005년 페이스북 창업 이전) 등으로 나누었습니다. 이 시기를 통틀어 미국의 인터넷 경험은 최대한의 표현의 자유를 주장했고 이들은 인터넷 공간을 새로운 개척자(New frontier) 정신과 자유, 낙관주의를 대표하는 곳으로 여겼다는 겁니다. 이어 머스크가 자라오며 경험한 인터넷 경험은 웹1.0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에 그 시절의 표현의 자유를 불러오는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렇다면 그가 보는 현재의 인터넷 공간은 어떤 곳일까요. 이제 인터넷 세계는 세계를 그대로 불러온 곳이자 세계 그 자체가 되었다며 “모든 문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라고 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소셜미디어에도 그대로 벌어지고 있고 세계에서 벌어지는 혐오, 차별, 폭력 등이 인터넷 세계에도 똑같이 존재한다는 것이죠. 이용자의 한 사람으로서 보는 것과 실제 트위터라는 상징적인 소셜미디어를 운영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겁니다.
알고리즘은 빙산의 일각…나머지는
또 트위터의 추천 알고리즘 공개를 두고도 많은 전문가들이 혀를 내두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트위터의 알고리즘이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듭니다. 이를 분석하기 위해서 사용해야 하는 데이터를 감당할 수 있는 컴퓨터 성능을 가진 이들조차 별로 없을 것이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입니다. 이용자 규모가 커지고 다양화하면서 내가 연 앱에 보여지는 추천 화면과 옆 사람의 화면에 뜨는 추천 화면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에 알고리즘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알고리즘을 훈련하는 데이터셋까지 봐야 그나마 이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방대한 개인 정보 데이터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죠. 로빈 벌크 콜로라도대 교수는 “알고리즘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나머지 대다수는 트위터가 가진 모든 데이터이고 대중에 공개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포털의 추천 알고리즘을 두고 국정 감사 때마다 알고리즘 공개 요구가 나올 때마다 많이 들어본 설명이기도 하죠.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의 한 마디
특히 머스크는 지속적으로 ‘플랫폼 뒤편의 조작의 가능성’을 언급합니다. 알고리즘에 인위적인 개입을 해 컨텐츠가 나타나는 순서를 조정한다거나 노출 기준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인데요. 이례적으로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가 개인 트위터 계정에 입장을 냈습니다. 그는 “나는 어느 개인이나 기관이 소셜미디어를 소유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며 “이것은 개방되고 검증 가능한 프로토콜 기반으로 이뤄져야 하며 모든 것은 그 방향으로 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과연 머스크가 구상하는 트위터 방향이 단순한 공상 혹은 8000만명의 팔로워를 대상으로 한 포퓰리즘 행보일지 구체화될 수 있는 부분일지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