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부장검사 대표들이 9시간 동안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반대하는 밤샘 회의를 벌였다. 이들은 ‘검수완박’ 법안이 국회를 통과되면 권력자는 법망을 빠져나가고 힘없는 국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21일 전국 검찰청 부장검사 대표회의는 전날 7시부터 이날 새벽 4시까지 이어진 밤샘 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 중앙지검에서 열린 회의에는 40개청 69명의 부장검사들이 모였다.
부장검사들은 “‘검수완박’ 법안은 그 내용과 절차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음주사고, 폭행, 사기, 성폭력 등 민생사건에서는 경찰 수사에 대한 검사의 단계적 점검 시스템이 사라져 피해자의 권리구제가 약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검사가 주로 담당했던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등 구조적 비리에 대해서는 메꿀 수 없는 수사공백이 발생하여 거악이 활개치고 다니고 대형참사 사건에서 검경 합동수사도 더 이상 불가능하다”며 “권력과 재력이 있는 범죄자들은 법망을 유유히 빠져 나가고, 힘없는 국민은 자신의 권익을 보호받지 못하고 억울한 피해를 입는 일이 많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장검사들은 법안의 위헌성도 지적했다. 이들은 “법안의 내용이 헌법상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제한하고, 사법통제를 무력화하여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며 “경찰이 죄가 없다고 결정하면 피해자로서는 검사에게 호소할 방법조차 없어 헌법상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도 침해된다”고 짚었다.
부장검사들은 검찰총장 등 지휘부를 향해 법안 통과를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172석의 다수당이 법안 발의 후 2~3주만에 국회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검수완박법은 ‘범죄방치법’”이라며 “박탈되는 것은 검찰의 수사권이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이다. 국민들의 고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님과 국회의장님, 여야 국회의원님들께 이 사안의 역사적 의미와 헌정사에 끼치는 영향 등을 면밀히 살펴 신중하게 판단해 주실 것을 간절히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부장검사들은 “오랜 기간 지속된 ‘검찰개혁’ 논의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소위 ‘검수완박’ 문제로 국민들께 걱정을 끼쳐드리고 있는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전날 평검사 대표회의에서 제안된 국민의 중대범죄의 수사과정 참여, 정례적인 평검사 대표회의 등에 적극 공감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