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괴이하다"…자수하고 입 닫은 이은해 노림수는 무엇?

혐의 입증 어렵다고 판단한 듯

피해자 행동도 이해 어려워

조직범죄 의혹도 파헤쳐야

"밝혀야 할 문제 많다"

계곡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왼쪽)·조현수(30) 씨가 지난 1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계곡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왼쪽)·조현수(30) 씨가 지난 1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계곡살인' 사건 피의자로 지목되는 이은해(31)·조현수(30)가 검거된 이후 사실상 입을 닫으면서 수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살해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이들이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이씨의 남편이 스스로 물에 뛰어 들어 숨진 만큼,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에게 법적 처벌을 가하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21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지금부터 밝혀야 할 문제들이 여태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많다"고 했다.

우선 수사기관은 이들의 살인 혐의를 입증해야 한다.

이씨는 내연남인 조씨와 함께 2019년 6월30일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남편 A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수영을 전혀 할 줄 모르는 A씨에게 계곡물로 스스로 뛰어들게 한 후 일부러 구조하지 않아 살해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씨와 조씨는 A씨에게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이는 등으로 살해하려고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계곡 살인사건' 용의자 이은해와 공범 조현수. 인천지방검찰청 제공'계곡 살인사건' 용의자 이은해와 공범 조현수. 인천지방검찰청 제공


그러나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교수는 "일단 (A씨에게)아무런 신체 접촉이 없었다.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물에 뛰어들어 결국 사망한 것"이라며 "그렇기에 (이씨 등은)피해자의 죽음에 아무 책임이 없다는 것인데, 이들도 처음에는 '자기들은 보험금을 못 받은 피해자'라는 민원인이었다"고 했다.



이어 "(물에 빠진 A씨에)도움을 줘야 할 상황인데 도움을 주지 않고 피해자를 사망케했다면 '부작위 살인'으로 주장할 수 있지만 사실 '튜브를 던져줬다. 마지막 순간에는 못 봤다'고 한다면, 그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안 잡히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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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어 독과 관련해선 "이들이 주장하는 바로는 복어 독 관련 문자는 일종의 장난스러운 대화였을 뿐 사실 복어 독을 먹인 적이 없다는 것 아닌가"라며 "물적 증거가 확보된 게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실제 이씨는 자필진술서에서 "복어를 사서 매운탕 거리와 회로 식당에 손질을 맡겼고, 누구 하나 빠짐 없이 맛있게 먹었다"며 "살해하려고 했다면 음식을 왜 다 같이 먹었겠는가. 식당에서 독이 있는 부분은 소비자가 요구해도 절대로 주지 않는다고 한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편 A씨의 행동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점도 수사에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단 전문가들은 A씨가 이씨 등으로부터 정신적 학대 행위의 한 유형인 '가스라이팅'을 당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 교수는 "피해자가 합리적 사고를 하는 성인 남성인데, '뛰어내리라'는 강요를 듣고 어떻게 물에 뛰어내리기까지 이르렀는지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난맥상"이라고 했다.

이어 "이 씨가 (A씨와)혼인신고를 한 상태에서, A씨는 (이씨의 내연남인) 조씨의 존재도 알고 있었다"며 "함께 여행도 갈 정도의 관계였다. 아내에게 남자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 혼인 신고를 하고, (신혼)집을 이씨에게 제공하고, 괴이한 행적들이 존재한다"고 했다.

이번 사건 등이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인지도 확인해야 할 사안이다.

수사 기관은 이씨 지인 등 4명을 조력자로 보고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2명은 검찰이 이씨 등의 공개수배를 내린지 나흘 뒤인 지난 3일 이들과 함께 경기도 외곽으로 1박2일 여행을 간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2명은 여행 중 숙박업소를 예약하는 과정에서 이 씨가 결제한 신용카드의 명의자와 은신처로 사용된 오피스텔의 월세 계약자다.

이 교수는 "(조직범죄의)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누가 지명수배된 사람과 1박2일 여행을 가는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동료들과 보험 사기를 저질러 생계를 이어갔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일은 혼자서 하기가 어렵다. 이씨가 2년간 혼인에 이를 정도로 애정이 깊은 다수의 남자들을 어디서 구한 것인지도 사실 이해가 잘 안 간다"고 했다.

수사의 어려움과 별도로 이씨 등은 형법상 자수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자신들의 위치를 알리고 검거에 협조하긴 했지만, 이들의 행위가 형법에 규정하는 자수로 볼지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법조계의 판단이다.

형법 제52조 '자수·자복' 조항은 죄를 지은 후 수사기관에 자수한 경우 형량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죄를 뉘우치지 않는 피고인에게는 이 조항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판례가 있기 때문이다.


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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