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 우크라의 눈물…“그들이 우리의 도시를 무너뜨리고 있다”

■전쟁일기

올가 그레벤니크 글·그림, 이야기장수 펴냄





“전쟁 첫째 날 내 아이들의 팔에 이름, 생년월일, 그리고 내 전화번호를 적어두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내 팔에도 적었다. 혹시나 사망 후 식별을 위해서. 무서운 사실이지만 그 생각으로 미리 적어두었다.”



신간 ‘전쟁일기’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삶과 꿈이 무너진 우크라이나 그림책 작가 올가 그레벤니크의 일기장이다. 그는 평소 환상적인 그림체와 아름다운 색감으로 세계 각국에 그림책을 출판하는 일러스트레이션 작가다. 이번에는 컴퓨터 작업을 할 수 없어 지하실, 열차, 피난처 등에서 연필 한 자루로 전쟁의 참혹함과 절망을 하나의 다큐멘터리처럼 담았다. 화려운 색상보다는 거친 연필 선 아래 전쟁의 잔혹함과 공포, 평화에 대한 절절한 소망이 오히려 더 묻어난다.

관련기사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정상적인 출판이 어려워 작가가 휴대폰으로 찍어 보내준 다이어리 사진들을 문학동네 출판그룹의 새 브랜드인 ‘이야기 장수’가 일일이 연필선을 따고 연필그림의 명암을 최대한 실제 그림과 맞추는 과정을 거쳐 세계 최초로 내놓았다.

책은 “2022년 2월24일 새벽 5시30분, 폭파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로 시작한다. 1000개의 꿈과 계획을 나누며 고이 잠든 이들 가족의 아늑한 일상이 무너지는 소리였다. “그들이 우리의 도시를 무너뜨리는 광경을 핸드폰으로 지켜보고 있다. 우리가 수년간 가꾼 도시이다. 공원들, 동물원, 집들, 그리고 길들.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

느닷없이 방공호가 된 마을 지하실에 숨어 지내다 전쟁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작가는 우크라이나를 떠나기로 한다. 성인 남성은 국경을 벗어날 수 없는 계엄령으로 인해 남편과 생이별하고 외조부모를 모셔야 하는 어머니와 눈물로 작별하면서 작가는 불안과 공포, 죄책감과 슬픔을 한 자루 연필로 풀어낸다. “남편은 우리를 버스에 태웠다. 그는 더이상 우리와 함께 갈 수 없다. 나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고, 남편은 온 힘을 다해 우리를 격려해주었다…. 버스가 출발했다. 남편의 모습은 점점 더 작아졌다.”(2022년 3월 5일)

작가는 현재 폴란드를 거쳐 불가리아에서 임시 난민 자격으로 머물고 있다. 그는 남겨진 가족 걱정에 “울면서 기도한다. 마치 내 두 손이 절단되었는데 절단된 손의 통증을 계속 그대로 느끼는 것과 같다”며 호소한다. 책의 마지막은 “창문 밖 풍경, 이곳은 경이롭다”이다. 이전의 평화로웠던 일상과 도시, 자연으로 돌아갈 날을 염원하듯. 1만2000원.


최형욱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