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독소조항 남긴 채 어물쩍 합의…'한국형 FBI' 놓고 재충돌 불가피

■검수완박 '미봉'…중재안 산넘어 산

朴의장 조율로 파국 면했지만…원점 재검토 아닌 시간적 유예

민주 '수사·기소 분리 원칙' 국힘 '검수완박 제동'에 의미 부여

내주 법안 처리 뒤 사개특위 구성…중수청 입장차 커 2차전 예고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안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에 여야가 전격 합의하면서 국회는 극적으로 파국을 면하게 됐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시 “중재안 수용을 존중한다”고 밝히면서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국을 안정시킬 모멘텀을 확보하게 됐다. 다만 독소조항인 ‘검수완박’ 방침 등은 그대로 둔 채 시간적 유예만 두는 방식으로 어물쩍 넘어간 정치적 야합에 불과해 이번에 마무리하지 못한 쟁점들을 놓고 향후 국회에서 재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22일 국회에 따르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박 의장이 소집한 회동에서 중재안을 수용하는 합의문에 공식 서명했다. 박 의장은 이번 중재안을 통해 여야 합의의 물꼬를 텄다. 그는 당초 예정된 해외 순방까지 미룬 뒤 지난주부터 전문가는 물론 여야 원내대표와 지도부, 전직 국회의장, 정부 고위 관계자 등을 두루 만나며 합의안 도출에 직접 나섰다. 여야는 검찰의 6대 범죄 직접 수사 축소 범위를 놓고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민주당은 기존 6개에서 2개로, 국민의힘은 절반인 3개로 줄일 것을 주장했다. 이후 국민의힘이 2개로 양보하는 대신 핵심 수사권인 부패와 경제를 넣기로 하면서 최종 합의가 성사됐다.

아울러 안건조정위원회 합류가 예상됐던 양향자 의원의 공개 반대, 민형배 의원의 위장 탈당 등으로 민주당이 당 외부는 물론 내부에서 비판을 받으며 사면초가에 몰린 것도 입법 독주가 아닌 여야 합의를 선택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홍근(사진 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검수완박' 중재안 수용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권성동(아래 사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중재안 논의를 위한 당 의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박홍근(사진 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검수완박' 중재안 수용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권성동(아래 사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중재안 논의를 위한 당 의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박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마친 뒤 중재안을 수용한 배경에 대해 “(민주당 입장에서) 모두 만족할 만한 내용은 아니다”라면서도 “검찰 기소·수사권의 분리 원칙, 4월 임시국회에서 법안 처리, ‘한국형 FBI’ 설립 등이 중재안에 기본적으로 반영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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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원내대표는 검수완박 기조에 제동이 걸린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민주당이 제출한 법안은 직접 수사권뿐 아니라 보충 수사권까지 완전히 폐지하는 것이었는데 (중재안은) 보완 수사권과 2차 수사권은 그대로 유지했다”면서 “직접 수사권만 배제되는 것으로 직접 수사권 중 검찰이 하는 6개 범죄 가운데 부패 범죄와 경제 범죄 두 가지는 그대로 (수사권을) 갖고 나머지 범죄만 수사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원총회에서도 일부 우려를 표하는 의견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저의 설명을 듣고 대체로 다 동의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중재안은 28~29일 본회의 문턱을 넘은 뒤 다음 달 3일 국무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다만 민주당 일각에서 이번 합의안에 대한 공개 반발이 터져 나와 최종 통과까지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민주당을 탈당한 민 의원은 박 의장이 중재안을 내놓은 데 대해 “헌법 파괴적이고 권한을 남용하는 일”이라며 “입법권을 가진 민주당 국회의원 전원이 찬성으로 당론을 정했는데 의장이 자문 그룹을 통해 만든 안을 최종적으로 받으라고 강요하는 것이 가당한 일이냐”고 쏘아붙였다.

검수완박 법안과 관련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공포된 날로부터 4개월 이후 시행된다. 여야 합의문에 따르면 한국형 FBI인 ‘중대범죄수사청(가칭)’은 이르면 2023년 10월께 발족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는 중수청 등을 논의하는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사법개혁특위는 총 13인으로 이뤄지며 위원장은 민주당이 맡는다. 위원 구성은 민주당 7명, 국민의힘 5명, 비교섭단체 1명으로 배분했다. 여야는 특위 구성 후 6개월 내 입법 조치를 완료하고 1년 이내에 중수청을 발족시키기로 했다. 중수청이 출범하면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폐지된다. 다만 중수청의 구성 방향에 대한 여야 간 입장 차가 크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여서 출범 시기를 현재로서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대장동 비리 등의 사건을 어느 수사기관이 맡을지를 두고 추가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 정부, 이재명 전 경기지사와 관련된 사건들이 경제 및 부패 영역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놓고 여야가 동상이몽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해당 사건들은 공직자 범죄 등에 해당돼 검찰의 수상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은 전형적인 부패 사건이라며 뚜렷한 시각차를 벌써부터 드러내고 있다.


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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