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르포] 엔진 소음 없이 스르륵~ 울산 수소선박 닻 올렸다

◆태화강 가른 '블루버드호' 시승기

역한 기름냄새·진동 전혀 없어

꽃향기 맡으며 청정한 자연 누려

제작비 절감·충전소 확충 과제로

송철호(오른쪽) 울신시장과 관계자들이 지난 20일 울산 태화강에서 수소선박 ‘블루버드호’를 시승하고 있다. 울산=장지승 기자송철호(오른쪽) 울신시장과 관계자들이 지난 20일 울산 태화강에서 수소선박 ‘블루버드호’를 시승하고 있다. 울산=장지승 기자




“엔진 소음이 없고 배기가스 배출도 전혀 없어 전기차를 타는 것 같네요.”



지난 20일 봄바람을 타고 십리대숲이 살랑살랑 춤을 추는 울산 태화강 일원. 수소를 연료로 운항하는 수소연료전지선박 ‘블루버드호’를 시승했다. 울산시는 지난해 10월 남구 장생포항에 이어 이날 태화강에서 두 번째 시승행사를 열었다. 세계적으로도 강에서 수소선박이 운항한 것은 처음이라는 게 울산시의 설명이다.

첫 운항에는 송철호 울산시장과 블루버드 제작사 에이치엘비의 도순기 사장, 울산테크노파크 우항수 단장 등이 승선했다. 시승 구간은 울산 태화교에서 국가정원교까지 왕복 5㎞로 40~50분가량이 소요됐다.



기자는 블루버드호를 따라가는 고속 엔진보트에 먼저 승선했다. 태화강 수심이 1~2m로 얕은 곳이 많아 속도를 빠르게 내지 못했지만, 엔진보트는 여느 때처럼 출발하자마자 디젤 배기가스 냄새와 시끄러운 엔진 소음으로 가득했다. 동승자와 대화를 위해선 목소리를 크게 높여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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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시승 후 수소선박인 블루버드호에 몸을 실었다. 역한 기름 냄새는 전혀 없었고 소음 또한 ‘윙’ 하는 모터 소리가 간간이 들렸지만 귓가를 스치는 강바람 소리보다 작았다. 덜덜거리는 진동 또한 없었다.

출발부터 기존 선박과 달리 누군가 몰래 노를 저어 배를 앞으로 미는 느낌이었다. 시속 7㎞로 조금 속력을 올리자 물살을 가르는 소리가 살짝 들리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동승자와는 조용한 숲속에서 나누는 편안한 톤으로도 대화가 가능했다. 봄꽃이 만발한 태화강대공원 옆을 지날 땐 꽃향기도 전해졌다. 블루버드호가 강을 가로질러 나아갈수록 기자가 6개월가량 운행한 수소차 ‘넥쏘’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강화플라스틱 소재로 제작된 블루버드호의 8명이고 무게는 6톤이다. 수소연료전지, 전기배터리, 수소연료전지·전기배터리 하이브리드 세 가지 방식으로 운항할 수 있다. 순항속도 6노트(시속 약 11㎞)에 최대속도는 10노트(시속 약 18㎞)이며 배터리 전력을 포함하면 8시간 정도 운항할 수 있다.

다만 수소차와 마찬가지로 충전소가 많지 않다는 것이 단점이다. 현재 수소 선박을 충전할 수 있는 곳은 현재 울산 장생포항이 유일하다. 충전 압력도 350바(bar)로 일반 수소충전소 700바의 절반 정도여서 시범 운항만 가능하고 아직까지는 판매단가도 높은 편이다.

이 같은 단점으로 인해 수소선박의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전망이다. 도순기 에이치엘비 사장은 “제작비 문제로 일반 선박을 대체하는 데는 당장 어려움이 있다”며 “어선이나 상업용 선박이 아닌 관용선과 소형 유람선 등이 먼저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수소자동차에 이어 수소선박의 상용화도 세계 최초가 될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6월부터 진행 중인 실증사업을 내년에 마무리할 방침이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강에서 수소선박을 정식 운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체계적인 실증사업을 기반으로 수소유람선 등이 조기에 도입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울산=장지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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