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IT슈] 개국공신 '테라'도 굿바이… '배그 원히트원더' 크래프톤의 미래는

개국공신 '테라' 11년 만에 서비스 종료

초기 흥행 성공했지만 빠르게 하향세 타

또다른 MMO 대작 '엘리온'도 흥행 참패

갈수록 불거지는 '배그 원히트원더' 우려에

주가는 공모가 대비 반토막나며 '진땀'

대형 콘솔 신작 및 신사업으로 반등 노려





지난 2011년 출시한 테라가 11년 만에 문을 닫는다. 테라는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259960)이 게임업계에 내놓은 첫 작품이다. 본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명가를 꿈꾸던 크래프톤은 사실 배틀그라운드보다는 MMORPG인 테라와 엘리온을 더 오랜 기간을 들여 준비했다. 하지만 테라가 서비스를 종료하고, 엘리온도 부진을 면치 못함에 따라 ‘배그 원게임 리스크’가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 크래프톤은 올해 ‘칼리스토 프로토콜’ 등 신작과 대체불가능토큰(NFT)·메타버스 신사업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할 전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최근 테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6월 30일부로 PC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1년 출시 후 10여년만이다. 다만 콘솔 버전 서비스는 서비스를 이어갈 예정이다.

크래프톤의 시작엔 ‘테라’ 있었다… 4년간 400억 들였던 초대작이지만 빠른 하락세 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 테라는 어떤 게임일까. ‘크래프톤’ 하면 대중은 십중팔구 ‘배틀그라운드’를 떠올린다. 하지만 지난 2017년 배그 출시 전까지 10년간 테라는 크래프톤의 사실상 유일한 수익원이었다. 배그가 세상에 나올 수 있던 기반은 테라가 모두 닦아놨던 셈이다.

테라가 크래프톤에 갖는 의미는 단순히 ‘개국공신’에서 그치지 않는다. 사실 테라는 지난 2007년 장병규 의장이 블루홀(크래프톤 전신)을 창업했던 유일한 이유이자 목적이었다. 당시 장병규 창업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세이클럽’, 검색엔진 ‘첫눈’ 등을 연이어 성공시킨 데 이어, 글로벌 기업을 만들고자 하는 열망에 휩싸여 있었다. 그는 ‘게임’이야말로 언어의 장벽을 넘어 글로벌 흥행을 일궈낼 수 있는 산업이라고 판단했다. 마침 ‘리니지’ 스타 개발자 출신 박용현 현 넥슨게임즈 대표와 인연이 닿았고, 두 사람은 ‘MMORPG의 명가’를 꿈꾸며 블루홀을 창업했다.

블루홀은 MMORPG의 명가라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곧바로 ‘테라’ 제작에 착수했다. 2007년부터 약 4년간 개발비만 400억 원 이상을 투입한 초대작이었다. 이용자가 타깃을 지정해 공격하는 기존 MMORPG와 달리 타깃을 정하지 않고 공격을 수행하는 ‘논타겟팅’ 방식을 장르 최초로 도입해 출시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기대감은 출시 이후까지 이어져 출시 첫날 동시접속자 수 16만 명을 넘겼고, 한때 엔씨소프트의 ‘아이온’을 제치고 PC방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연도별 최고 화제작에게만 주어진다는 2011년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문제는 초기 흥행 이후 빠르게 하락세를 탔다는 점이다. 유저 대 몬스터(PvE) 방식의 한계 때문에 콘텐츠 고갈이 빨랐고, 이는 곧 유저 이탈로 이어졌다. 실제로 크래프톤의 자서전 ‘크래프톤 웨이’를 보면 “10만 명이 넘는 인원이 하루가 멀다 하고 게임에 접속해 온종일 몬스터를 사냥하고 레벨을 높이며 게걸스럽게 블루홀이 차려놓은 콘텐츠를 먹어치우고 있었다”라는 문장이 등장한다.



이후에도 크래프톤은 스팀 출시, 부분유료화, 콘솔 버전 확장 등으로 테라의 수명을 수 차례 연장해 왔다. 지난해 초부터는 넥슨과의 퍼블리싱 계약이 종료됨에 따라 개발을 맡았던 자회사 블루홀스튜디오가 직접 서비스를 맡았다. ‘친정’의 품에 다시 안긴 테라를 위해 블루홀스튜디오는 다양한 이벤트를 전개하는 등 이용자 유치에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지난 21일 기준 엔미디어플랫폼 통계서비스 더로그에 따르면 PC방 점유율은 0.06% 정도로 겨우 명맥을 이어가는 수준에 그쳤다. 이에 테라는 10년간의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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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테라 서비스 종료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 서비스 기간이 10년이 넘어가며 IP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었을 뿐더러, 앞서 ‘테라M’, ‘테라 오리진(일본)’, ‘테라 클래식’, ‘테라: 엔드리스 워’, ‘테라 히어로’ 등 테라 IP를 활용한 다수 게임들이 서비스 종료를 선언한 바 있기 때문이다.

다만 뼈아픈 건 또 다른 야심작이었던 ‘엘리온’도 흥행에 참패했다는 사실이다. 크래프톤은 엘리온에 6년간 1000억 원을 투입해 지난 2020년 12월 시장에 내놨다. 하지만 지난 21일 기준 PC방 점유율은 0.05%로 테라(0.06%)보다도 낮다. 테라와 달리 카카오게임즈를 통해 서비스하고 있어 자체적으로 서비스 종료를 결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달 엘리온의 개발 로드맵 영상을 통해 향후 1년간 업데이트할 콘텐츠를 공개했다. 또 지난해 10월 엘리온의 글로벌 퍼블리싱권도 맡았다.

테라와 엘리온의 잇단 부진에 개발사 블루홀스튜디오도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재무제표 감사를 맡은 한영회계법인이 회사의 존속 능력에 의문을 제기한 것. 블루홀스튜디오는 재작년 크래프톤으로부터 물적분할한 MMORPG 개발조직이다. 크래프톤의 기존 사명을 그대로 차용한 것에서 알 수 있듯, 크래프톤의 ‘뿌리’로서의 상징성이 큰 회사다. 하지만 재작년 블루홀스튜디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 감소한 197억 원을 기록했고, 영업손실은 적자전환한 252억 원이었다. 자본총계는 -198억 원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졌고, 지난해 누적 결손금은 255억원을 기록했다.



장수게임 테라가 서비스를 종료하고, 비교적 최신작인 엘리온도 부진을 면치 못함에 따라 ‘배그 원게임 리스크’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는 평가다. 배그는 국산 게임 사상 최고 흥행작으로 평가받지만, PC 버전은 출시 6년차에 접어든 만큼 최근 하향세를 타고 있다. 이에 크래프톤은 지난 1월 PC버전 무료화를 진행하며 신규 이용자가 486% 늘어나는 효과를 누렸으나 아직 매출 전환은 본격화되지 않고 있다. 지난 11월 내놓은 배그 IP 신작 ‘뉴스테이트’도 흥행에 참패하며 크래프톤의 고심은 더욱 깊어졌다. 뉴스테이트 흥행 실패로 원게임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증폭됐고, 현재 크래프톤의 주가는 공모가 대비 40% 넘게 빠진 24만원대를 횡보하고 있다.

4분기 ‘칼리스토 프로토콜’ 흥행 절실…메타버스·NFT 신사업도 가속




크래프톤은 올해 출시할 대형 신작들을 통해 ‘원게임 리스크’ 해소를 목표하고 있다. 가장 기대를 끄는 건 미국 소재 독립 스튜디오인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가 오는 4분기 출시할 콘솔 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이다. 개발자 글렌 스코필드가 최근 트위터를 통해 “개발 막바지 단계”라고 밝힌 만큼 지연 없이 출시될 전망이다. 증권가에선 ‘데드스페이스’ 등 개발사의 전작 성과를 고려했을 때 분기 최소 100만장 판매를 예상한다. 다만 황현준 DB투자증권 연구원은 "칼리스토 프로토콜 4분기 초기 패키지 판매량 150만장을 가정한 크래프톤의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9%, 8% 증가가 예상되는데 주가 상승을 위해서 가정 이상의 성과 달성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내다봤다.

크래프톤은 게임 외 신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올 초 '크래프톤 라이브 토크'에서 웹 3.0 및 NFT 사업 진출을 공식화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크래프톤은 ‘제페토’ 운영사 네이버제트와 메타버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지난 2월에는 버추얼 휴먼 데모 영상을 공개했다. 지난해 11월부터는 'NFT 메타버스실'을 정식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 2018년부터 NFT 관련 연구를 해왔던 크래프톤 내부 인력과 NFT 업계 출신들로, 초기 멤버만 약 5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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