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수익률 높이자"…현대百·대우건설 등 'OCIO' 도입으로 국민연금식 운용

[300조 퇴직연금 DNA를 바꿔라]

적립금운용위 설치·IPS 의무화

전문가에 맡겨 자산배분형 투자

오비맥주 등 위탁운용 기업 늘어


현대백화점은 지난해까지 2500억 원가량 쌓인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 전액을 예금 등 원금 보장형 금융 상품으로만 운용해 왔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KB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과 각각 외부위탁운용관리 (OCIO) 계약을 맺고 적립금의 일부인 수백억 여 원을 펀드 등 실적 배당형 금융 상품에도 투자하기로 했다. 현대백화점의 변화는 1% 후반대에 머물고 있는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현대백화점의 지난해 기준 미래 임금 상승률은 3%로 추정했지만 퇴직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사외에 쌓아둔 적립금의 수익률은 1.87%에 그치고 있다. 올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 개정돼 기업에 적립금운용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고 적립금운용계획서(IPS)를 작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퇴직연금의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OCIO를 시범 도입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DB형 퇴직연금의 낮은 수익률이 기업들의 고민거리가 된 상황에서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의 OCIO 서비스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DB형 제도를 운용하는 대다수의 기업은 적립금의 95% 이상을 정기예금 등 원리금 보장형 안전자산에 맡겨왔다. 하지만 수익률이 임금 상승률조차 따라잡지 못해 매년 대규모의 추가 적립금을 부담해야 하는 일이 반복되자 펀드 등 수익률이 비교적 높은 실적 배당형 금융 상품으로 조금씩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투자 위험도가 비교적 높은 펀드 등에 회사가 직접 투자하기에는 부담이 큰 만큼 자산운용 전문가들에게 투자를 일임하는 OCIO 방식이 주요 선택지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실제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과거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나 공기업·대학교·재단 등 대형 공적 기금들만이 주로 이용해 왔던 OCIO 서비스는 최근 민간 대기업들까지 빠르게 확산하는 분위기다. 3월 OCIO 계약을 맺은 현대백화점은 물론 4월에는 오비맥주가 연금 적립금의 일부를 위탁 운용할 자산운용사 선정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에도 대우건설이 처음으로 DB형 적립금의 일부를 자산운용사 두 곳에 맡기는 OCIO 계약을 체결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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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업계는 이달 14일부터 근퇴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이 같은 변화가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근퇴법 개정안은 DB형을 도입한 근로자 300인 이상의 사업장은 적립금운용위원회를 구성해 적립금 운용 목적이나 방법, 목표 수익률과 운용 성과 평가 등이 포함된 IPS를 매년 1회 이상 작성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위원회에는 퇴직연금 담당 임원과 외부 전문가, 근로자 대표 등이 참여하게 되는데 이런 과정에서 퇴직연금의 수익률 개선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지금까지 퇴직연금 적립금 투자는 기업의 퇴직연금 담당자가 오롯이 책임지는 구조였던 반면 앞으로는 위원회 전체로 책임을 분산한다는 점에서 기업이 보다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통상 OCIO의 목표 수익률이 4~5% 수준으로 설정된다는 점에서 이 같은 기업들의 변화가 고무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송홍근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저금리 시대로 진입하며 운용 수익률이 임금 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는 ‘역마진’ 현상이 가속돼 연금 재정마저 악화되는 상황”이라며 “이자가 2%도 채 못 되는 원리금 보장형 상품으로 적립금을 운용하는 형태에서 벗어나 수익률을 좀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 역시 “적립금의 규모가 커지면서 체계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수요가 늘고 있지만 회사 내부에 운용 전문 인력이나 위험관리 전문가 등을 제대로 갖추기는 힘들 것”이라며 “운용수수료 부담이 커지고 있는 확정 금리형 금융 상품들을 그대로 사오기보다는 OCIO에 자금을 맡겨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편이 좀 더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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