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뛰는 보험사 위에 나는 병원

김현진 금융부 기자





“결국 병원들은 제2의, 제3의 백내장 수술을 계속해서 찾아내지 않을까요?”



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피부과에서 실손 의료보험으로 적용될 수 있는 ‘리쥬에이드’와 ‘키오머3’ 시술이 늘어나는 것을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보험사가 실손 보험 누수를 막기 위해 노력해도 병원에서는 실손 보험을 통해 수익을 올릴 새로운 방법을 계속해서 찾아낸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백내장 수술과 도수 치료 등 특정 비급여 항목들의 보험금 청구가 급증한 가운데 최근 피부과 시술인 리쥬에이드와 키오머3에 대한 청구도 늘었다. 일부 피부과 병·의원에서는 미용 목적으로 해당 시술을 해준 후 치료로 시술을 받은 것처럼 실손 보험을 청구하라고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실손 보험으로 싸게 예뻐지라’며 대놓고 실손 보험 악용을 유도한다.

보험사들도 가만히 두고 보는 것은 아니다. 리쥬에이드·키오머3가 향후 실손 보험 적자의 또 다른 주범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보험금 지급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실제 건조증이나 아토피 등 치료 목적이 맞는지 관련 서류를 제출한 후에야 보험금을 내주고 있다. 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리쥬에이드·키오머3가 새롭지만 또 다른 것이 나타날 수 있다”며 “결국 보험사가 열심히 뛰어도 의료 기관은 그 위에서 날고 있다”고 토로했다.

일부 보험 가입자들의 인식도 문제다. 일부 가입자들은 “내가 낸 보험료 이상으로 ‘뽕을 뽑겠다’”며 실손 보험 청구를 남발한다. 2020년 기준 가장 많은 보험금을 지급 받은 30대 남성 A 씨의 경우 사지 통증 등을 이유로 도수 치료 등을 연간 252회의 외래 진료로 받고 7400만 원의 보험금을 수령했다.

이로 인한 피해는 선량한 보험 가입자가 고스란히 떠안는다. 비급여 지급 보험금이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면 실손 보험 손해율이 악화해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감원도 실손 보험의 심각성을 인지해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백내장 수술,도수 치료 등 9대 비급여 항목의 심사 기준을 강화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선량한 보험 가입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나오기를 바란다.


김현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