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랜드마크 빌딩들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외국계 투자사들이 막대한 시세 차익을 거두고 있다. 광화문 트윈트리타워를 지난해 사들여 매각을 추진 중인 미국 AEW캐피털은 1년 만에 1400억 원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으며, 2월 판교 알파리움 타워를 1조 원에 매각한 싱가포르 ARA코리아는 4년 만에 약 5000억 원을 거둬들였다. 여의도 IFC 매각을 추진 중인 캐나다의 브룩필드자산운용은 투자 6년 만에 2조 원에 달하는 대박을 기대하고 있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미국 AEW캐피털은 지난해 매입한 광화문 트윈트리타워를 이지스밸류리츠에 5720억 원에 매도하기로 했다. 지난해 5월 매입 당시 거래가가 4340억 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1년 만에 1400억 원이 올랐다.
인수 우선협상자 선정을 앞두고 있는 여의도 IFC는 매도자인 브룩필드자산운용의 시세 차익이 6년 만에 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AIG그룹도 2016년 브룩필드에 IFC를 2조 5500억 원에 넘길 당시 약 9000억 원의 차익을 실현한 바 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의도 IFC는 국내 오피스 빌딩 중 ‘트로피 애셋(독보적 투자 자산)’으로 꼽혀 수익성과는 별개로 인수 욕심을 내는 투자자가 많다”며 “매각 주관사가 경쟁을 부추기면서 몸값이 4조 원을 훌쩍 넘긴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종합 서비스 기업인 세빌스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오피스 건물의 총거래 규모는 13조 8000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매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서울 주요 권역과 판교에서 3.3㎡당 최고가 경신이 이어졌다.
2월 1조 205억 원에 팔려 판교 지역 최고가를 경신한 알파리움 타워는 싱가포르 부동산 투자사인 ARA코리아가 2017년 사업 시행사인 알파돔시티로부터 5300억 원에 매입한 건물이다. 지난해 서울 강남에서 3.3㎡당 최고가 기록을 세운 더피나클 타워 역시 페블스톤자산운용(PAG)이 2018년 3100억 원에 매입했다가 4200억 원에 되팔며 1000억 원 넘는 수익을 챙겼다.
외국계 투자사들은 탈세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셰어딜’ 방식으로 빌딩을 사들이며 국내 투자사 대비 입찰 경쟁력을 높여왔다. 외국계의 경우 대부분 국내 자산운용사와 손잡고 펀드를 결성해 빌딩을 매수하고 있다. 인수 주체인 펀드는 그대로 두고 지분만 거래하는 것을 셰어딜이라고 하는데 투자자만 바뀌고 건물주인 펀드는 그대로 유지돼 4.6%의 취득세를 내지 않는 것이다.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셰어딜로 하면 절세 효과가 있어 입찰 가격을 좀 더 올려 쓸 수 있지만 취득세를 부과하는 지방세법의 취지를 감안하면 일종의 ‘꼼수’여서 국내 투자사들은 잘 쓰지 않는 투자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입지의 A급 빌딩을 매입해 적극적인 ‘밸류애드(가치 상승)’ 전략을 꾀하는 것도 외국계 투자사가 높은 시세 차익을 얻는 비결이다. 대표적으로 브룩필드자산운용은 IFC 인수 후 공실률이 75%에 달했던 오피스 3동(Three IFC)에 무상 임대 기간을 제공하는 등 공격적으로 임차인 유치에 나섰다. IFC의 최근 공실률은 사실상 제로여서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광화문 트윈트리타워도 AEW캐피털 인수 후 임차인들의 불편을 무시하고 리모델링을 강행하며 공실률을 낮추는 마케팅에 성공해 몸값을 단기간에 끌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