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노예제 관행서 혜택 누렸다"…고개 숙인 하버드대 총장

1200억원 기금 조성해 역사바로잡기 나선 하버드대학

"인종 차별 유산으로 생긴 격차 메우는 데 사용할 것"





“노예제와 그 유산은 400년 넘게 미국인의 삶의 한 부분이었고, 하버드는 매우 부도덕한 영속적 관행으로부터 일정 부분 혜택을 누렸습니다. 계속되고 있는 그 영향을 추가로 바로잡는 작업을 위해 앞으로 몇 년간 우리의 지속적이고 야심찬 노력이 필요합니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배카우 하버드대학 총장은 최근 모든 재학생과 교직원, 교수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1억 달러(1255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노예제와 인종차별의 유산으로 생긴 교육적, 사회적, 경제적 격차를 메우는 데 사용할 예정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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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카우 총장은 이메일에서 법률 역사학자이자 헌법 전문가인 토미코 브라운-나긴 교수가 이끄는 '하버드와 노예제의 유산 위원회'가 펴낸 100쪽 분량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매사추세츠주에서 노예제가 금지된 1783년 이후에도 하버드대가 노예무역과 노예와 관련된 산업으로부터 이득을 챙겼다고 지적하면서 흑인 학생을 배제하고, 인종차별을 옹호한 학자들을 받아들였다고 꼬집었다. 위원회는 이 보고서에서 "하버드대에 노예제 폐지와 민권운동 분야에서 활약한 인물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 대학은 미국의 가장 오래된 고등 교육기관으로서 인종적 억압과 착취를 영구화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대학 측은 노예들의 후손에게 “그들의 역사를 회복하고, 힘을 실어주는 지식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버드대에서의 교육 등의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아울러 하버드대가 여름 학기 프로그램을 마련해 흑인 대학 학생들이 수강할 수 있도록 하고, 하버드대 학생과 교수진을 이들 흑인 대학에 보낼 것도 권고했다.

앞서 브라운대와 조지타운대, 프린스턴신학대 등 미국의 다른 대학들도 노예 문제를 반성하고 과거사를 바로잡기 위한 재정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김상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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