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러시아의 압박에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공전차 지원을 강행하기로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크리스티네 람브레히트 독일 국방장관은 이날 미군의 유럽 내 최대 거점인 독일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에서 개최된 40여개국 국방장관 회의에 참석한 뒤 이 같이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독일은 대공전차 게파드(Gepard) 50대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지난 1960년 개발된 게파드는 2010년까지 독일 연방군 대공 방어의 ‘초석’ 역할을 맡았다. 대공 전투용 미사일과 기관포·기관총을 장착해 공중과 지상 목표물을 모두 타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람브레히트 장관은 “‘실존적 비상 상황’에 처한 우크라이나인을 돕기 위해 이 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독일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공전차 등 중화기 지원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서방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러시아와의 ‘확전’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는 식으로 자국과 ‘대리전’을 펼치고 있다며 비판한 바 있다. 나토가 계속 무기를 지원하면 그에 맞서 ‘비례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위협도 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화력을 집중하며 강도 높은 공세를 이어가자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무기를 보내기 시작했고, 독일도 여기에 동참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독일이 내린 중대 결정을 환영한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전쟁의 속도에 맞춰 발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