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 사건의 핵심 증거인 녹음파일을 제출한 정영학 회계사가 사업과 관련해 형사책임을 지는 것이 두려워 대화를 녹음했다고 밝혔다.
정 회계사는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곽 전 의원과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의 2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녹음 경위를 묻는 검찰의 질문에 “잘못하면 제가 하지도 않은 일로 크게 책임질 수도 있다고 해서 녹음하게 됐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화천대유가 속한 컨소시엄이 대장동 개발사업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자신이 하지 않은 일을 자신이 처리했다고 허위 답변하도록 김씨가 자신에게 강요했다고 설명했다.
또 대장동 사업과 관련된 각종 로비를 폭로하겠다며 협박한 전 동업자 정재창씨에게 입막음 대가로 건넨 90억원을 김씨가 자신에게 부담시켰다고도 주장했다. 정 회계사가 2019∼2020년 김씨, 남 변호사와 나눈 대화를 녹음한 파일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제출돼 대장동 사건의 핵심 증거로 쓰였다.
정 회계사는 “작년 9월부터 제가 대장동 사업의 설계자이고 온갖 상황이 저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다”며 “김씨 주변에 정치인과 고위 법조인들이 많아서 두려워서 제출했다”고 말했다.
김씨와 남 변호사 측은 이 녹음파일을 누군가 조작했거나 원본과 동일하지 않은 파일이 제출됐을 가능성이 있어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 회계사는 남 변호사와 함께 과거 대장동 개발사업을 추진하다가 무산되자 김만배씨와 동업 관계를 맺고 사업을 다시 추진한 인물이다. 그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김씨, 남 변호사, 정민용 변호사와 함께 배임죄로 기소돼 1심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