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기 둔화로 다급해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관료들에게 미국보다 경제성장률을 높일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인프라 투자 확대도 주문했다.
26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시 주석이 최근 경제와 금융 분야의 고위 관료들을 연이어 만나 미국 추월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서방의 자유민주주의보다 중국 일당제가 뛰어남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경제를 안정적으로 성장시켜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이 미국을 구체적으로 거론한 것은 지난해 4분기 성적 때문으로 보인다. 당시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5.5%로 중국(4.0%)을 앞섰으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년 만에 미국의 성장률이 중국을 제쳤다는 사실을 강조하기도 했다. 게다가 올해 중국은 ‘5.5% 내외’라는 연간 성장률 목표를 제시했지만 최근 발표된 1분기 수치는 4.8%에 그쳤다.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성장률 둔화를 막기 위해 중국은 성장률에 직접 반영되는 인프라 투자를 대거 늘릴 것으로 보인다.
이날 열린 중앙재경위원회 제11차 회의를 주재한 시 주석은 “인프라는 경제·사회 발전의 중요한 버팀목”이라며 현대화된 인프라 체계 구축은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전면적으로 건설하는 데 있어 견고한 기초를 닦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직접 인프라 강화를 주문한 것은 처음이다. 중국은 1990년대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전국적으로 도로와 고속철도 투자 비중을 늘렸던 만큼 그때처럼 인프라 투자로 성장률을 끌어올리려는 시도가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재경위는 회의에서 중국의 인프라가 비약적으로 성장했지만 국가 발전과 안보 수요에 비하면 아직 부족함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은 구체적으로는 공항과 기타 교통 허브, 에너지, 수자원 보호 프로젝트 등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