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들이 무궁무진한 우주 공간의 자원을 선점하기 위해 달 및 소행성 탐사 프로젝트를 잇따라 추진하는 등 우주 패권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올해는 미국과 러시아가 반세기 만에 달에서 우주 경쟁을 재개하고 후발 주자인 중국·일본 등이 가세하면서 우주 선진국들의 달 탐사 경쟁이 불을 뿜는 모습이다.
미국은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중단된 유인(有人) 달 탐사를 추진하고 있다. 바로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이다. 올해 아르테미스 1호를 발사해 무인 비행 시험을 한 뒤 유인 비행 시험을 거쳐 2025년에는 우주 비행사 2명을 달에 착륙시킬 계획이다. 달 착륙 이후 2028년께 월면에 상주 기지를 짓는다는 것이 미국의 복안이다. 당초 올 6월 아르테미스 1호를 발사할 예정이었지만 기술적인 문제로 미뤄졌으며 부품 정비를 통해 날짜를 다시 잡을 예정이다. 러시아도 1976년 루나 24호를 발사한 지 46년 만에 달 탐사를 재개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 동부 아무르주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방문해 달 탐사선 ‘루나 25호’를 발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우주국(ESA)이 러시아와의 달 탐사 협력을 중단한다고 발표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자국 기술로 우주 프로그램을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을 위협하는 우주 강국 중국은 앞서 2019년 달의 뒷면에 인류 최초로 탐사선 ‘창어 4호’를 착륙시킨 데 이어 2024년께는 달 뒷면의 샘플을 채취해 돌아올 무인 탐사선 ‘창어 6호’를 발사할 계획이다. 현재 중국은 독자 우주정거장인 톈궁(天宮)을 건설 중인데 개발 중인 ‘창어 8호’를 발사해 무인 달기지를 건설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밖에 일본은 미국의 아르테미스 계획에 참가하면서 유인 달 탐사를 차근차근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민간 기업 아이스페이스는 이르면 내년 달에 소형 로버(탐사 로봇)을 보내 달 표면 탐사와 데이터 수집에 나선다. 인도도 ‘찬드라얀 3호’를 발사해 달 착륙에 재도전한다.
이처럼 주요 국가들의 문러시가 이어지는 것은 달에 풍부하게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희토류 등 핵심 자원 등을 먼저 확보해 미래 산업·국방 경쟁력을 더 강화하기 위해서다. 달은 먼저 점거하는 쪽이 주인이 되는 무주공산이다.
소행성 탐사에서는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2024년 중국 최초의 소행성 탐사선이 발사될 예정이다. 이 탐사선은 지구와 비슷한 궤도로 태양을 공전하는 지구의 준위성인 ‘카모 오알레와’에 착륙해 시료를 채취한 뒤 2026년께 지구 궤도로 복귀한다. 앞서 일본과 미국이 각각 소행성 ‘류구’와 ‘베누’의 시료 채취에 성공했는데 중국이 바짝 뒤쫓는 형국이다. 안형준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 팀장은 “소행성은 달보다 크기가 작고 궤도도 일정하지 않은 편이어서 추적하기가 훨씬 어렵다”며 “소행성 탐사에 성공하면 우주 기술이 더 발전했다는 것을 인정받기 때문에 우주 패권국을 꿈꾸는 중국이 과감하게 도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 주도의 우주 관광도 본격 진행되면서 우주산업은 더욱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스타트업 등 민간 기업들이 속속 뛰어들며 우주 관광 산업 성장을 이끌고 있다. 최근 미 우주 스타트업 액시엄 스페이스는 순수 민간인 4명을 태우고 국제우주정거장(ISS)을 여행했다. 그동안 민간인의 우주정거장 방문은 전문 우주 비행사와 동행한 가운데 러시아의 소유즈 로켓을 이용해서 이뤄졌다. 이번 우주 관광은 우주 비행사가 동반하지 않는 첫 순수 민간인 여행이다. 액시엄 스페이스는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에 이번 발사를 의뢰했다. 민간 우주 여행객들은 우주선 탑승과 우주정거장 숙박, 식사비로 각각 5500만 달러(약 675억원)를 냈다. 액시엄은 2024년 ISS에 자체 객실을 추가해 더 많은 고객을 우주로 보낼 계획이다.
미국의 민간 우주 관광 스타트업 ‘스페이스 퍼스펙티브’는 2024년 열기구 ‘스페이스쉽 넵튠’을 통한 우주 관광을 계획하고 있다. 열기구를 이용한 우주여행은 로켓을 이용할 때와 달리 승객이 특별한 훈련을 할 필요가 없다. 무중력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지구 상공 약 32㎞까지 올라간다. 국제항공연맹(FAI)이 우주와 지구의 경계선으로 정한 ‘카르만 라인’인 고도 100㎞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지구와 우주의 모습을 눈으로 즐기기에는 충분한 높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차세대 무선통신인 6세대(6G) 기술을 구현할 우주인터넷 등 신산업도 쑥쑥 크고 있다 . 아마존은 이달 초 프랑스 등 로켓 발사 업체와 인공위성 발사 계약을 체결했다. 지구 저궤도에 인공위성을 띄워 전 세계에 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스페이스X의 우주인터넷 프로젝트 ‘스타링크’와 본격적인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 자율 도심항공모빌리티(UAM)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상 기지국에 더해 끊김없는 우주인터넷이 필수”라며 “우주인터넷을 선점해야 자율주행 등 미래 산업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어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고 했다. 이밖에 지구를 일일 생활권에서 시간 생활권으로 바꿀 우주 비행체를 활용한 우주 물류도 차세대 산업으로 주목받으면서 스타트업들의 기술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