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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랩 크립토] 일상생활을 하는데 돈이 벌린다? 'X2E'의 역사 - ①





스마트폰이 보급된지 얼마 되지 않았던 2012년 11월, ‘캐시슬라이드’라는 생소한 앱 하나가 등장했다. 잠금해제 화면에 광고를 띄워 수익을 내고 그 일부를 유저에게 돌려주는 형식의 리워드 앱인데, 출시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지켜왔다. 개발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글로벌 매출이 1,000억 원을 넘겼고, 2020년 말 기준 누적 가입자가 27,00만 명에 달한다.



캐시슬라이드의 성공 이후 다양한 리워드 앱들이 등장했다. 여론조사에 참여하거나 일정 걸음 이상을 걷는 등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면 일정 부분 적립금을 주는 앱들을 지칭하는 ‘앱테크(AppTech)’라는 분야도 생겼다.

그러나 이런 리워드 앱의 성장세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 참여 활동을 통해 얻은 포인트를 현금으로 바로 환전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대부분 기프티콘을 구입하는 식으로 환전이 이뤄졌고, 간혹 현금 출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이 등장했지만 까다로운 규제를 피하지 못하고 사라졌다. 글로벌 시장의 사정도 비슷하다. 리워드 앱을 만들더라도 수익 분배가 상당히 제한적인 상황이다.

‘How the blockchain is changing money and business’/ 출처=TED 강연‘How the blockchain is changing money and business’/ 출처=TED 강연


암호화폐는 비교적 초기부터 이런 상황을 타개할 혁신책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블록체인 혁명>을 쓴 돈 탭스콧은 2016년 9월 TED 강연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이에게 보상을 지급할 수 있게 되고, 공유경제의 대중화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실제로 최근 크립토 시장에서는 기존 리워드 앱의 보상 체계를 보완한 서비스들이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일련의 행위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하여 ‘썸씽-투-언(Something-to-Earn, 이하 X2E)’이라 부르는 서비스들이다.

글 쓰고 돈 버는 소셜미디어(Content-to-Earn), 스팀잇의 등장


스팀잇(Steemit)은 2016년 서비스를 시작한 블록체인 기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커뮤니티이다. 작성한 컨텐츠가 다른 유저에게 업 보팅(추천 기능)을 받으면 그에 비례해 STEEM 혹은 스팀달러(SBD) 코인을 지급받는 식으로 보상이 주어진다.

스팀잇 가입자 및 활성 유저수 그래프/ 출처=@arcange-kr 스팀잇스팀잇 가입자 및 활성 유저수 그래프/ 출처=@arcange-kr 스팀잇



스팀잇은 출시한지 2년이 지난 시점에 가입자 100만 명을 달성했다. 2018년 당시 국내 트위터 이용자 수가 265만 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가파른 상승세였다.



이렇게 빠르게 유저를 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생산된 가치가 유저에게 분배된다는 점에 있었다. 기존에 SNS에서 유저는 생산과 소비를 동시에 담당하였으며, 부수적인 수입 외에 모든 수익은 플랫폼 제공자에게 돌아갔다.

한국에서 많이 사용하는 네이버 블로그를 생각해보자.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는 블로거는 포스팅을 통해 특정 기업의 제품이나 매장을 홍보해주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직접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경로가 거의 없다.

스팀잇은 컨텐츠를 생산하고 유저로부터 업보트를 받으면 별 다른 절차 없이 직접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기존 SNS에 비해 훨씬 공정한 분배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또한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이 광고나 유료화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사용자의 사용성을 저해하지 않는다는 점도 기존 플랫폼의 광고에 지친 유저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스팀잇에서 주어지는 보상은 중앙화 거래소를 통해 편리하게 거래가 가능했으며 자체 체인을 사용했기 때문에 낮은 전송 수수료와 빠른 전송 속도를 가진 것 또한 유저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렇게 성장한 스팀잇은 2018년 무렵부터 난관에 봉착한다. 가장 큰 문제는 스팀 코인의 인센티브 지급 구조가 특정 유저층에게 집중되어있다는 점과 그에 대한 구조적 장치가 미비했다는 점이었다.

업보트로 발생하는 수익은 유저별로 가중치를 가진다. 스팀잇에선 높은 영향력을 가진 인플루언서를 ‘고래’라고 불렀으며 이 유저의 업보트는 다른 유저에 비해 높은 수익이 책정된다.

스팀잇 수익 구조의 이상과 현실/ 출처=Jess Cha 미디엄스팀잇 수익 구조의 이상과 현실/ 출처=Jess Cha 미디엄


스팀잇에선 컨텐츠의 노출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며 검색 기능도 최적화 되어있지 않아 고래가 아닌 유저들은 고래에게 노출되기 위해 댓글로 홍보를 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댓글작을 하지 않으면 수익이나 인플루언스 면에서 큰 격차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즉 컨텐츠 생산이 아닌 다른 SNS 활동에서 리소스를 소모하게 된 크리에이터들의 컨텐츠 질은 갈수록 떨어졌으며, 결과적으로 유저 이탈의 결과를 낳게 됐다. 이후 스팀잇은 순수하게 수익을 위한 SNS 활동을 하는 유저들만 찾게 되었다. 2018년 1월 기준 20만 명에 달하던 월간 활성 유저는 2018년 12월에 들어 8만명대로 줄어들었다.

이러한 유저층 변화는 신규 유저 유입을 제한하고 스팀잇의 확장을 방해하면서 오로지 스팀 코인의 용처를 ‘더 많은 스팀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되게 만들었다. 결국 스팀 코인은 콘텐츠 생산을 통해 코인을 얻은 유저들의 매도 압력을 다른 유틸리티로 메꾸지 못하고 하락세를 타게되었다.

스팀잇은 초기 블록체인 제품, 특히 네트워크 기반 수익 배분 플랫폼으로써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준 좋은 시도였다. 기존 SNS 플랫폼에선 불가능했던 공정한 수익 분배을 실현하고 광고 수입이 아닌 커뮤니티 트래픽으로 유지되는 생태계로써의 가능성을 보여준 최초의 프로젝트라고 할 수있다.

그러나 인센티브 구조가 치밀하지 못했고, 생태계를 어지럽히는 사용자들의 부정행위(abusing)를 막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지 못했다. 이 두 가지는 2020년 급격히 성장한 P2E(Play to Earn) 시장에도 같은 물음을 던지는 지점들이다. 인센티브 구조와 부정행위 차단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결국 기존 사용자는 이탈하고, 신규 사용자는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다음 글에서는 P2E 시장의 활황과 함께 등장한 X2E 프로젝트들의 대응책을 다뤄본다.

블리츠 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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