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일터 일침] 배달 라이더 생명 지켜주는 ‘헬멧’…목 건강에는 해로워

■ 정재훈 노원자생한방병원 원장

늘어나는 배달업계 종사자, 2kg 헬멧 착용 시 목·어깨 부담↑

정상 경추 배열은 C자 형태…일자목증후군·목디스크 위험도 증가

한방에서는 추나요법·약침 병행…수술 없이 목 통증 완화 효과 기대

헬멧은 혹시 모를 교통사고 발생에 대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종일 쓰고 있다 보면 목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미지투데이헬멧은 혹시 모를 교통사고 발생에 대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종일 쓰고 있다 보면 목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미지투데이




#최근 부업으로 배달 라이더 일을 시작한 30대 박모씨. 휴식이 자유롭고 일한 만큼 수입을 챙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비대면 소비문화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를 잡으면서 배달 음식 수요가 늘어 수입도 쏠쏠하다. 하지만 욕심이 생겨 무리해서 일하자 몸에 탈이 나기 시작했다. 가장 괴로운 건 퇴근 후 목이 뻐근하고 쑤시는 증상이다. 2kg에 달하는 헬멧을 쓴 채 주행하는 동안 공기 저항으로부터 목을 지탱하느라 과도한 부담이 전달된 점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박씨는 가까운 병원을 방문했다가 일자목증후군이 진행 중이라는 소견을 들었다. 목 통증 해소에 효과적인 비수술 한방치료법인 추나요법을 통해 목 관리에 나서기로 한다.






코로나19 이후 배달업계에 전업 또는 부업 성격으로 뛰어든 이들이 부쩍 늘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1 하반기 지역별 고용조사-취업자의 산업 및 지역별 특성’에 따르면 배달원 수는 지난해 42만 9000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오토바이 뿐 아니라 전동킥보드, 전기 자전거 등 새로운 이동 수단의 등장으로 일반인들도 쉽게 배달업에 뛰어드는 추세다. 안전모(헬멧)만 준비하면 누구나 바로 부업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교통사고 발생 시 머리 보호에 꼭 필요한 헬멧을 종일 쓰고 있다 보면 목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헬멧의 무게는 2kg 정도로 사람 머리 무게의 절반에 달한다. 기존 머리 무게에 헬멧까지 더해지면 평소보다 큰 하중이 경추(목뼈)에 전달된다. 여기에 배달 시 머리가 앞으로 쏠리는 자세로 인한 경추 배열의 전만과 바람으로부터 목을 힘겹게 지탱하다 보면 뒷목 및 어깨근육으로 피로와 스트레스가 쌓이고 근육이 뻣뻣해져 경직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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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경추의 배열이 무너지고 경추를 잡아주는 근육과 힘줄이 긴장해 딱딱하게 굳어진다. 이는 정상적인 C자 형태의 경추 배열을 일(一)자 모양으로 변형시켜 일자목증후군로 이어지게 한다. 경추가 앞으로 조금씩 나올 때 마다 목뼈에 가해지는 하중이 과도하게 증가하게 되는데, 이를 방치하면 머리 무게를 효과적으로 흡수하지 못하고 목과 어깨 등에 과도한 긴장이 가해질 수 있다. 심한 경우 디스크(추간판)에 압력이 집중돼 목디스크(경추추간판탈출증)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한방에서는 일자목증후군을 추나요법을 중심으로 침치료와 약침, 한약 처방 등이 병행된 한방통합치료로 해결한다. 추나요법은 한의사가 손 또는 신체 일부를 이용해 부정렬 상태의 경추와 근육 등을 밀고 당겨 경추 균형을 맞추는 수기요법이다. 또한 목이 정상적인 C자 곡선으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경직된 근육과 인대 등을 풀어주는 데 효과적이다.

추나요법의 목 통증 완화 효과는 연구 논문을 통해 검증을 받았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최근 미국의사협회(JAMA) 네트워크 오픈 저널에 게재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추나요법은 일반 진통제와 물리치료보다 목 통증 완화 효과가 뛰어났다. 연구팀이 목 통증 환자를 대상으로 추나요법과 진통제, 물리치료 등 일반치료를 각각 시행하고 5주 후 통증 경감 폭을 살펴본 결과, 추나요법군은 56%나 감소했지만 일반치료군은 29%에 그쳤다. 추나요법과 함께 침 치료와 약침을 시행해 근육 및 인대 손상을 회복시켜주면 통증 완화 효과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노원자생한방병원 정재훈 원장. 사진 제공=자생한방병원노원자생한방병원 정재훈 원장. 사진 제공=자생한방병원


배달 일을 하면서 목 건강을 챙기는 루틴을 만드는 것도 치료 못지 않게 중요하다. 1시간에 한 번은 헬멧을 벗고 목을 천천히 돌려주도록 하자. 아울러 목의 긴장을 푼 상태에서 좌측 손으로 반대편 머리를 잡고 좌측에서 약간 전방 방향으로 천천히 당기고 반대편도 동일하게 스트레칭 해주면 뻣뻣해진 근육을 이완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배달원들의 헬멧은 사고 시 생명을 지키는 데 중요한 수단이다. 배달할 때는 꼭 착용해야겠지만 쉬는 시간 만큼은 머리에서 헬멧을 내려놓는 건 어떨까. 우리 목에게도 휴식이 필요하다./ 정재훈 노원자생한방병원 원장


안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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