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반도체 패권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이 극자외선(EUV) 장비 확보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반도체 공급망 위기가 장기화할수록 첨단 장비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판단 아래 EUV 노광기 마련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초부터 자사의 최대 반도체 팹인 이천 M16에 신규 EUV 노광기 ‘NXE:3600D’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네덜란드 ASML이 독점 공급하는 EUV 노광 장비로 대당 1500억 원을 호가하는 초고가의 장비다.
이번 노광기 설치로 SK하이닉스가 M16에 가동하는 EUV 장비는 총 2대가 됐다. 통상 EUV 노광기를 설치하는 데 6개월가량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장비는 하반기에 가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총괄 사장은 앞서 열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이천 M16 2단계, 청주 M15 3단계 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중국 다롄 팹도 확장 중”이라고 밝혔는데 M16 2단계 공사의 일환으로 새로운 EUV 장비 설치를 시작한 셈이다.
올해가 EUV D램 생산이 크게 늘어나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SK하이닉스의 장비 도입은 의미가 크다. 그간 SK하이닉스 신규 팹에서는 12인치 웨이퍼 기준 월 1만 장 정도의 EUV D램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의 6배 규모인 월 6만 장 정도로 생산량을 늘릴 것으로 예상되는 등 SK하이닉스가 본격적인 생산량 확대에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삼성전자도 EUV 장비 투자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회사는 올해 초 10대가 넘는 EUV 노광기를 화성·평택 등에 골고루 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 설치된 EUV 노광기는 총 15대 내외로 알려졌다. 현재 사용 중인 노광기 대수와 비슷한 규모의 장비를 올해 새롭게 도입하는 셈이다.
ASML의 연간 EUV 노광기 생산량이 40대 안팎에 그치면서 제한된 대수의 장비를 얻기 위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1위 업체인 TSMC는 대만 생산 기지에 100대 이상의 EUV 노광기를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