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만 1세 이하의 아동에 대해 월 100만 원의 부모급여를 지급하기로 했다. 현행 30만 원인 기초연금도 단계적으로 40만 원까지 인상하고 근로장려세제(EITC) 역시 확대한다. 취약 계층에 현금성 복지 지원을 늘려 양극화 등 불평등지수를 개선하겠다는 의도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은 29일 서울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윤석열 정부의 복지국가 개혁 방향을 발표했다.
안 위원장은 “현재 우리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고용 없는 성장,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지속 가능성 악화 및 국가 중 최고 수준의 노인 빈곤율 등에 직면해 있다”며 “소득 불평등을 효과적으로 개선하고자 현금성 복지 지원을 노동시장 취약 계층과 아동·노인·장애인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공공 사회복지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12%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복지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안 위원장이 제시한 대표적 현금성 복지 지원은 부모급여다. 윤석열 정부는 만 1세 이하의 아동에 대해서는 월 100만 원의 부모급여를 지급하기로 했다. 올해 월 30만 원에서 시작해 2023년 70만 원, 2024년 100만 원을 목표로 순차적으로 지급액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초등학교 전일제와 0~5세 영유아에 대한 단계적 유보 통합(유치원과 어린이집 통합) 등을 통해 국가의 양육 책임도 늘려가기로 했다. 저소득층에는 기초 생활 보장 지원 대상과 수준을 확대하고 EITC의 최대 지급액 인상 등을 통해 노동시장 참여를 유도한다. 노인연금인 기초연금은 현행 30만 원에서 단계적으로 인상할 방침이다. 장애인의 경우 ‘개인예산제’를 도입해 원하는 복지 서비스를 고를 수 있도록 선택권을 강화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 약속했던 부모급여 등 현금성 복지 공약들이 이날 구체화돼 발표됐지만 일각에서는 ‘공약 후퇴’라는 평가도 나온다.
부모급여 100만 원도 단계적 인상으로 시행되고 40만 원으로 올리겠다던 기초연금 역시 연금 개혁 후 인상한다고 밝히는 등 공약 이행 시기가 뒤로 밀리거나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윤 당선인 측은 “소상공인 코로나19 피해 지원에 매머드급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국민의 양해를 부탁한다”며 “재원 마련이 어려웠지만 윤석열 정부는 약속한 복지 공약들은 임기 초반부터 이행하기 위해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수위는 교육 등의 사회 서비스에 민간 참여를 확대한다는 비전도 밝혔다. 안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사회 서비스는 사회적 경제조직과 민간 기업의 역할이 부족했다”며 “국민 필요도가 높은 교육과 보육 등의 분야에서 국민들이 보편적으로 사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인수위가 참고한 사례는 이탈리아의 카디아이다. 카디아이는 대형 협동조합으로 노인과 장애인, 육아 등 다양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수위는 협동조합 등 사회적 기업의 사회 서비스 진출을 위해 정부 지원, 기업과 종교 등의 사회 공헌, 사회적 금융 등 다양한 방식의 투자를 유도하기로 했다. 안상훈 인수위 사회복지문화분과 위원은 "사회 서비스 분야에 민간이 참여할 경우 공급 주체가 다변화되며 사회적 경제의 튼실하고 든든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의 장기적인 복지 정책 비전으로 ‘지속 가능성’을 꼽으며 중복 사업 폐지 계획도 밝혔다. 그는 “복지사업이 산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복지사업 간 중복·편중 또는 누락이 우려되고 있다”며 “사회보장위원회의 총괄·조정 기능을 강화해 중앙부처 간 또는 중앙과 지방 복지사업 간 중복·편중·누락이 없도록 조정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