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보다 훨씬 덜 힘든 것 같아요. 힘든 것보다 재미가 더 크네요.”
29일 경기 포천의 일동레이크GC(파72)에서 계속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KLPGA 챔피언십 2라운드. 경기를 마친 김효주(27·롯데)와 그의 캐디에게 인사를 하는 관계자들은 김효주의 경기력보다 캐디의 체력을 더 궁금해 했다. 주 무대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함께하는 현지 캐디가 일정상 한국에 오지 못하자 김효주의 머리에 친언니 김주연(29) 씨가 떠올랐다. 갑작스러운 SOS를 언니 김 씨가 받아들이면서 자매의 생애 첫 필드 ‘크로스’가 이뤄졌다.
눈 큰 김효주보다 눈이 더 큰 김 씨는 골프는 아직 잘 모른다. 2020년 입문한 3년 차. 하지만 베스트 스코어가 85타일 정도로 진도가 빠르다. 김 씨는 “캐디 제안을 듣고는 유산소 운동도 하고 자전거도 타면서 나름대로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낯선 경험이지만 첫날보다 확실히 덜 힘들고 재밌다”고 했다. 당연히 코스 공략이나 퍼트 라인 읽기, 클럽 선택 등에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동생의 ‘웃음 포인트’를 누구보다 잘 안다. 가볍게 긴장을 풀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독보적인 강점이 있는 셈이다. 김 씨는 “서로 웃긴 얘기를 주고받는 게 라운드 중 대화의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효주는 “찬스를 많이 못 만들었다고 오늘 언니한테 좀 많이 혼났다”면서 “그동안 갤러리로만 제 경기를 봤던 언니와 좋은 추억을 쌓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여기에서는 어떻게 칠 거야?’라고 언니가 물어오기도 한다. 직접적으로 이렇게 골프를 알려주는 건 처음인 것 같다”며 “언니가 골프에 이제 막 재미를 붙이는 시기여서 이번 기회로 실력이 더 늘면 좋겠다. 그래야 같이 라운드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날 3타를 줄여 10언더파 134타를 만든 김효주는 이틀 연속 1타 차 단독 선두를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