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덕질하는 아이돌 있나요? 우리 지구용 에디터들 중에는 샤월(샤이니 팬클럽)과 멜로디(비투비 팬클럽)가 있는데요, 샤월 에디터와 멜로디 에디터는 최근 고민이 많았어요. 내돌(내 아이돌)의 포토카드를 가지려면 CD를 사야 하고, CD를 사면 쓰레기가 너무 많아지니까요. 휴…이런 덕질의 알고리즘이 맞는 거임? 지구는 살려야 하는데 내돌 못 잃어…그런데 이런 갈등을 우리만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케이팝포플래닛’을 만나면서요.
돌덕들이 하이브 앞에 투척한 상자의 정체는?
지난 4월 21일 목요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하이브 건물 앞에는 수상한 꿀벌들이 나타났습니다. 네, BTS 소속사 그 하이브요. 이들은 정체 모를 상자 여러 개를 하이브 정문 앞에 쌓았어요. 여러 개의 커다란 쓰레기 봉투도 상자 위에 올려놨습니다. 상자에는 이렇게 적혀 있네요. “엔터사들아, 지구 혼자 쓰냐” 대체 무슨 일일까요?
이날 퍼포먼스는 4월 22일 지구의날을 맞아 아이돌 엔터테인먼트사에 ‘친환경 케이팝’을 요구하는 돌덕들, ‘케이팝 포 플래닛’의 이벤트였습니다. 케이팝포플래닛은 지난해부터 ‘죽은 지구에 케이팝은 없다(No K-pop On a Dead Planet)’는 슬로건으로 저탄소 콘서트 개최, 아티스트의 적극적인 기후위기 알리기 등을 엔터 기업에 제안하는 아이돌 팬으로 구성된 단체입니다.(훌륭하다, 훌륭해)
케이팝포플래닛은 지난 3월 한 달간 전국의 케이팝 팬들에게 사용하지 않는 실물 음반을 기부받았어요. 전국 제로웨이스트숍과 자연드림 매장 등에서 앨범을 수거했는데요, 8027장이나 모였다고 합니다. 모인 CD는 각 엔터사로 배송됩니다.(오른쪽 사진은 하이브가 수거해야 할 BTS의 ‘CD 쓰레기’ 입니다.) 생산자가 사용 후 발생되는 폐기물의 재활용까지 책임지라는 요구죠. 이런 활동에 공감하는 팬들 중 일부는 케이팝포플래닛 게시판에 “사진과 미공개 포토카드까지 전부 디지털로 발매되는 앨범이 나와야 한다”는 보다 진취적인 의견을 내놓기도 해요 .
CD가 지구를 얼마나 괴롭히길래?
모두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는 시대에 왜 이런 퍼포먼스가 나온 걸까요? CD는 폴리카보네이트라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는데요, 매립지에서 자연 분해되는 데 100만 년이 걸린다고 해요. 그래서 태워야 하죠. 폴리카보네이트를 태울 때는 엄청난 양의 유독가스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CD만 덜렁 오는 게 아니라 플라스틱으로 된 앨범 케이스, 포장용 비닐도 모두 쓰레기에요. 그러면 안 사면 되잖아? 라고 말하시는 분 계실텐데요. 그게 쉽지 않습니다. 엔터 기업은 앨범에 아이돌의 포토카드를 넣어서 팔아요. 이 포토카드는 앨범마다 랜덤이죠. 가장 좋아하는 멤버의 포토카드를 가지려면 여러 장의 CD를 살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포토카드만 꺼내고 나면 CD쓰레기가 되겠죠. 이런 CD가 얼마나 될까요? 가온차트에 따르면 지난해 상위 400위 가수의 실물 앨범은 총 5708만9160장으로 전년 대비 36.9%나 늘었다고 해요. BTS 소속사인 하이브는 2021년 1년간 무려 1523만 장이나 팔았어요. 5708만9160장 중 실제로 CD플레이어를 통해 청취라는 본연의 일을 하는 CD는 얼마나 될까요?
그러면 어쩌라고? 대안이 있어!
케이팝 팬들은 ‘쓰레기를 사지 않을 권리’를 외칩니다. 소비자가 노력하고 있으니 기업도 바뀌란 얘기죠. 최근 여러 가수들이 콩기름으로 인쇄한 앨범을 발매하는 등 상품에 친환경 소재를 더하고 있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주장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하지만 엔터 기업들은 실물 음반에 집착합니다. 엔터 기업의 실적은 음반·음원 판매량과 콘서트 동원력으로 결정되기 때문이죠. 예컨대 이번에 빅뱅이 컴백했잖아요. 하지만 빅뱅은 실물 음반을 발매하지 않았어요. 증권사에서는 신곡 ‘봄여름가을겨울’이 음악방송 5관왕을 차지했는데도 “실물 음반이 없기 때문에 YG엔터테인먼트의 실적에 기여하는 정도는 낮을 것”이라고 평가합니다. 그 정도로 실물 음반은 기업을 먹여살리는 중요한 수익원이죠.
그렇다고 면죄부를 줄 수는 없죠. 카페에서는 플라스틱 컵을 쓸 수 없고 대기업도 친환경을 해야 하는 이 변화하는 세상에서! 엔터 기업만 성역일 수는 없으니까요.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IST엔터테인먼트를 볼까요? 이 회사의 소속 가수 빅톤은 지난 1월 세 번째 싱글앨범 ‘크로노그래프’를 내놨는데요.
이 앨범은 ‘플랫폼 앨범’입니다. 플랫폼 앨범이 뭐야....이 앨범은 상자로 와요. 상자에 화보, 포토카드, 트릴로지 카드, 팝업카드가 들어있어요. 실물로는 카드만 받고 CD를 포함한 다른 콘텐츠는 디지털 앱을 통해 공개합니다. 그간 포카를 친환경 재질로 만드는 등 엔터사의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이처럼 실물 CD 자체를 포기한 건 이례적이라 팬들의 반응도 뜨거웠다고 해요. 참 무해한 분들이네요. 게다가 이 앨범은 실물 CD가 없는데도 음반 차트에 반영된다는 사실! IST가 얼마나 노력 했을지 상상이 됩니다. IST도 해낸 일인데, 설마 스엠, 제왑피, 하이브가 못하진 않겠죠? 이제 글로벌 원탑 아이돌을 키우고 있는 대기업에 묻고 싶습니다! 다들 방법을 찾고 있는 거죠? 저...맘 편하게 덕질하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