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등 미국 대표기업 실적 급락에 뉴욕증시가 크게 밀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종가 기준 올해 들어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4월 한 달간 13% 이상 떨어지며 2008년 10월 이후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29일(미 동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939.18포인트(2.77%) 내린 32,977.21로 장을 마감했다. S&P500지수는 155.57포인트(3.63%) 하락한 4,131.93으로, 나스닥 지수는 536.89포인트(4.17%) 내려 12,334.64로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4월 한 달 동안 각각 8.8%, 4.9% 밀려 2020년 3월 이후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시가총액 3위인 아마존 주가가 14% 이상 폭락하며 시장 전체를 흔들었다. 이날 아마존은 7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아마존의 주가 하락률은 2006년 7월 이후 최대다.
애플은 3%가량 하락했다. 애플은 전날 장 마감 후 예상치를 웃도는 분기 실적을 발표했으나, 회사가 공급망 차질로 2분기 40억~80억 달러가량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투자 심리를 악화시켰다.
애플 뿐만 아니라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등 IT기업 주가들이 줄줄이 하락했다. 최근 중국이 코로나19 봉쇄 조치를 강화하는 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라 공급망 차질 문제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이날 인텔의 주가는 7%가량 떨어졌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반도체 부족 사태가 당초 예상했던 2023년이 아닌 2024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4% 이상 하락했고, 알파벳, 엔비디아 등도 각각 3%, 6% 이상 떨어지면서 나스닥지수는 크게 밀렸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 지수는 40년 만에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상무부에 따르면 3월 PCE 가격 지수는 지난해보다 6.6% 상승해 전달 상승률(6.3%)을 웃돌았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이코노미스트 예상치(6.4%)보다도 높은 것이다.
다만 큰 변동성을 보이는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가격 지수’는 월가 예상치를 소폭 밑돌며 상승세가 다소 주춤했다. 3월 근원 PCE 가격 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 상승해, 전달 기록한 5.3% 상승을 밑돌았으며, WSJ 전문가 예상치(5.3%)보다 낮았다.
근원 물가가 여전히 연준의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도는 5%를 넘어서면서 국채금리는 상승세를 재개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장중 9bp(=0.09%포인트) 이상 올라 2.92%까지 상승했으며, 2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12bp(=0.12%포인트) 이상 올라 2.75%까지 상승했다.
S&P500 지수 내 11개 섹터가 모두 밀렸다. 임의소비재 관련주가 5.9%로 큰 폭 하락했고, 부동산과 기술 관련주도 4% 이상 밀렸다. 통신과 금융, 유틸리티 관련주도 3% 이상 떨어졌다.
개별 종목을 보면 테슬라가 0.7% 하락했다. 이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 인수를 위해 이번 주 84억 달러 규모의 테슬라 주식을 매각한 이후 추가 매각 계획이 없다고 언급하면서 장중 크게 반등했지만 시장 약세에 하락으로 장을 마쳤다. 셰브런과 엑손모빌 주가는 실적 실망감에 각각 3%, 2% 이상 떨어졌다.
한편 뉴욕증시의 조정 장세가 예상보다 심화할 것이라는 경고음이 잇따라 나왔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중국의 봉쇄 조치로 인해 공급망 문제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며 중국 상황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경우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켓필드 에셋 매니지먼트의 마이클 샤울 회장은 CNBC에 "2020년 3월에는 가파른 하락세 뒤에 빠른 반등이 나왔지만, 지금의 사태는 투자자들에게 2021년 랠리 동안 쌓았던 것에 오랫동안 손실을 줄 가능성이 커 보인다"라고 말했다. 플로우뱅크의 에스티 드웩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이날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중국의) 봉쇄가 수주에 접어들면서 인플레이션과 중앙은행들의 강경 대응을 야기한 공급망 차질 문제로 돌아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