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패션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가운데, 옷 값이 들썩이고 있다. 원단을 만들 때 쓰는 면화 가격이 오른 데다 국제 유가마저 상승하면서 생산 비용 부담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주요 먹거리에 이어 옷 값마저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지갑도 얇아지고 있다.
30일 뉴욕 국제선물거래소(ICE)에 따르면 지난 28일 미국산 면화 선물 가격은 파운드당 1.53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5월 20일(0.81달러)보다 2배 가량 뛴 금액이다.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4월 3일(0.48달러)와 비교해서는 무려 3배 이상 올랐다. 옷을 만드는 실(원사)은 면화에서 뽑아낸다. 면화 가격이 오르면 오를수록 옷 값도 비싸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면화 가격이 오른 가장 큰 이유는 기상 악화와 미·중 갈등이다. 세계 최대 면화 수출국인 미국의 지난해 면화 생산량은 가뭄과 홍수 피해로 2015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을 기록했다. 여기에 미국이 중국 위구르산 면화 수입을 금지하면서 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졌다. 최근에는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화학 섬유 원료까지 비싸지며 옷 값 상승 압박을 더하고 있다. 폴리에스터의 원료인 PTA(고순도 테레프탈산) 가격은 톤당 967달러로 1년 전(677달러)대비 42% 뛰었다.
실제 나이키는 운동화 '에어 포스1'의 글로벌 가격을 지난해 90달러에서 올해 100달러로 인상했다.
앞서 나이키는 높은 수요에 따라 정가 판매와 가격 인상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빅토리아 시크릿과 와코루, 주르넬 등 속옷 업체들도 올해 제품 가격을 30~40% 가량 인상했다. 귀도 캄펠로 주르넬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브라에 들어가는 레이스와 끈, 와이어 등 원부자재 값이 2019년보다 2배 가량 뛰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오는 6월부터 와이어 없는 브라를 30달러 올린 98달러(약 12만원)에 팔기로 했다.
자라 등 제조·유통 일괄형(SPA) 브랜드도 옷 값을 올렸다.
관련 업계는 올 가을·겨울(FW)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가격 상승분이 반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패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 상승에 더해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공급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며 "글로벌 의류 기업에서부터 가격 인상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수·화장품 가격도 오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향수 원료 제조에 사용되는 곡물 값이 오른 데다 립스틱과 로션, 비누 등의 기초 원료인 수입 팜유 가격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끌로에·랑방·안나수이·지미추·버버리 등 수입 향수 브랜드는 이달 헬스앤뷰티(H&B) 스토어에서 판매하는 제품 가격을 4~20% 인상했다. 에스티로더그룹은 올해 1월 1일부터 에스티로더·맥·바비브라운 등 뷰티 브랜드 가격을 인상했다. 대표적으로 에스티로더 '더블웨어 파운데이션'은 7만 2000원에서 7만 3000원으로 1000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