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공격 당시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동부 돈바스 공격 과정에서 느리게 진군하고 있다는 미국 측 평가가 나왔다.
29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와 폴리티코 등 미국 매체에 따르면 익명의 미 국방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군의 진군에 대해 "느리고 고르지 않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 후 주요 전선인 키이우에서 고전했다. 이후 지난달 말 '1단계 작전' 완료를 명분으로 키이우에서 철수했고 돈바스 지역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 당국자는 러시아군이 진군 속도를 늦춘 데는 우크라이나군의 격렬한 저항 속에 보급선이 길어지는 것을 피하려 한 것이 일정 부분 영향을 끼쳤다고 봤다. 그는 키이우 공격 시 러시아군이 보급선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진군을 서두르다보니 전투를 지속할 자원이 고갈됐다며 "러시아군은 말 그대로 키이우로 전력질주했고 지원이나 연료, 먹을 것 등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이에 현재 러시아군은 하루에 수km 정도만 이동할 수 있다는 게 이 당국자의 설명이다.
그는 그러면서 보급 문제와 우크라이나군의 저항 등으로 러시아군이 당초 돈바스 지역에서 설정했던 목표 달성이 며칠씩 미뤄지고 평가했다. 러시아는 돈바스를 북부·동부·남부에서 공략하려고 하지만 모든 전선에서 진군이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러시아가 정밀유도 무기 재고에 문제가 있다고 평가하면서, 마리우폴 등에서 진행 중인 공격에 재래식 폭탄이 쓰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영국군은 30일 트위터 게시물을 통해 우크라이나 북동부에서의 진군에 실패한 러시아군이 손실을 입은 부대들을 합쳐 재배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영국군은 "러시아군의 전술적 조정력에 여전히 결점이 있다"면서 부대 수준의 역량이 부족하고 공중 지원에 일관성이 없어 러시아가 전투자산을 완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