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사실상 독립채산제로 운영 중인 회계법인의 ‘원펌’ 체질 변화를 가속화한다. 당국은 2019년 ‘신외감법’을 시행하며 상장사를 감독하는 회계법인들에 감사 품질관리를 높이기 위한 ‘원펌’ 체제 구축을 강조했다. 그러나 회계법인들이 이를 따르지 않아도 당국이 제재할 마땅한 근거가 없어 법인들은 기존 독립채산제 형태로 운영해왔다.
금융위원회는 회계법인의 감사품질을 높이기 위해 ‘외부감사법 시행령’ 및 ‘외부감사규정’ 개정안을 시행한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제도 시행으로 금융당국은 회계법인에 세밀한 제재를 가할 수 있게 됐다. 그간 당국은 감사 품질관리 등록 요건을 유지하지 못한 회계법인에 줄 수 있는 제재가 등록 취소 뿐이었다. 이 때문에 중대한 위반 사항이 아니면 회계법인은 제재를 피해갈 수 있었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독립채산제 아래서 감사는 감사팀이 스스로 수임하고 감사한 후 품질관리실장에게 형식적으로 도장을 받아 제출하는 식이다”며 “반면 원펌은 독립적인 품질관리실을 갖춰 감사를 검토하는 방식으로 엄격한 품질관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장사를 감사하는 독립채산제 성격의 회계법인에 원펌 전환을 권고했는데도 그간 제재 근거가 없어 회계법인이 권고를 따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앞으로는 개정안 상 등록 요건 유지의무를 위반한 회계법인에 대해서는 시정 권고 조치와 ‘감사인 지정 제외 점수’가 부과된다. 감사인 지정 제외 점수를 받으면 이에 상응하는 기업의 숫자(원칙적으로 30점당 1개 기업)만큼이 감사인 지정에서 제외되는 불이익을 받는다.
특히, 통합 품질관리시스템의 구축이 미비하거나 실질적으로 운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감사인에 대해서는 최대 차기년도에 감사인 지정을 받지 못하는 수준까지 감사인 지정제외점수가 부과된다. 감사인은 증권선물위원회가 정한 기간까지 시정 권고를 이행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 등록취소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독립채산제적 성격을 지우고 품질관리실을 키우지 않는 회계법인 입장은 일감을 잃고 수익성이 악화해 업계에서 퇴출 되도록 한 것이다.
회계법인이 감독업무 수행과정에서 등록요건을 유지하지 못한다고 보일 경우 금융감독원이 자체 판단에 따라 감리에 착수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그동안은 상장사 등록 감사인의 등록요건을 점검하기 위한 감리는 제보가 접수되거나 증선위가 감리를 요구한 경우로 한정됐다. 상장사 감사인 등록이 취소될 경우, 회계법인은 외부감사 계약 상태인 상장회사에 감사인 변경 절차를 안내하는 등 이해관계자 보호 절차를 수행해야 한다.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지정감사인의 잦은 교체로 인한 기업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지정감사 중 지정사유가 재차 발생하더라도 최초 감사인 지정기간(최대 3년) 내에는 동일 감사인이 지정된다. 지정감사인이 부당한 요구를 해 기업이 신고하는 경우, 감사인 지정 취소 절차도 간소화된다.
금융위는 “외부감사법 시행령 및 외부감사규정 개정에 따라 상장사 등록 감사인에 대한 품질관리체계 감독을 강화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