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美 무력사용권(AUMF)






2001년 9월 11일 납치된 미국 여객기들이 뉴욕 고층 빌딩 두 곳과 충돌해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테러가 발생했다. 미국 의회는 대통령이 이 공격을 계획·허가·자행·방조했다고 결정한 국가·단체·개인에 필요한 모든 적절한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무력사용권한(Authorization for Use of Military Force)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2002년에는 대량 살상 무기 제조를 들어 이라크에 대한 AUMF 결의안까지 만들었다.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무력사용권을 근거로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아프가니스탄·이라크 등을 차례로 침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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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MF는 전쟁 권한을 둘러싼 대통령과 의회 간 오랜 갈등의 산물이다. 미국 헌법은 대통령에게 총사령관으로서의 전쟁수행권을, 의회에는 전쟁선포권을 부여했다. 그러나 의회가 전쟁을 선포한 대상은 1941년 진주만을 침공한 일본뿐이었다. 한국·베트남 전쟁 등은 대통령이 자의적 판단으로 수행했다. 미 의회는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해 1973년 미군 투입 관련 대통령의 문서 보고 의무, 군 사용의 종료 등을 규정한 전쟁 권한에 관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후 대통령들이 ‘위헌’이라는 입장을 취해 이 결의안의 실효성이 없었다. 1990년 이라크와 걸프전쟁을 앞두고 AUMF가 처음 만들어져 대통령의 무력 사용 근거로 활용됐다. 9·11테러 직후, 이라크 침공을 앞둔 2002년을 포함하면 모두 세 차례 의회를 통과했다. 대통령의 무력 사용에 이런 결의안들이 수시로 쓰이자 의회가 폐기·제한하려는 입법도 몇 차례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미국 하원이 1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AUMF를 추가로 부여하는 결의안을 상정했다. 러시아가 핵·생화학무기를 사용할 경우 미군을 신속히 우크라이나에 파병할 수 있게 대통령에게 전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이다. 러시아와 중국의 비정상적 팽창주의로 냉전 종식 이후 30여 년간 지속돼 온 국제 질서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 한국과 대만 등이 패권 경쟁의 전장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데도 우리 정치권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를 애써 외면하고 정략적 싸움에만 매몰돼 있으니 참 답답하다.

오현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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