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동정은 No… 음악으로만 평가해 주세요"

정기 공연 준비하는 인천시립장애인예술단

발달·시각 장애인 8명으로 구성

성공 위해 쉬는 시간에도 맹연습

일부는 자작곡 100곡 만들기도

"연주는 상처 치유하는 효과 있어

누구에게 지지 않게 실력 키울 것"

인천시립장애인예술단 단원들이 5월 정기 공연을 앞두고 지휘자의 지휘에 맞춰 연주 연습을 하고 있다.인천시립장애인예술단 단원들이 5월 정기 공연을 앞두고 지휘자의 지휘에 맞춰 연주 연습을 하고 있다.




“16분 음표가 너무 급하게 들어가네.” “바이올린 내리지 말고.” “(첼로 연주하기) 불편하지 않아? (엔드핀이) 너무 짧은데.”



3일 인천시립장애인예술단이 한창 연습 중인 인천 석남3동 인정재단 5층. 본격적인 연습이 이뤄지기도 전부터 부산한 모습이다. 지휘자는 단원들의 자세를 고쳐주고 음을 교정하기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첼로 연주자는 자신의 악기를 붙들고 씨름하고 있었다. 드디어 시작된 연습. 소란스러움은 금세 사라졌다. 대신 귀에 익숙한 쇼스타코비치 왈츠 2번의 감미로운 선율이 연습장을 감쌌다. 지휘를 맡은 정영주 씨는 “단원들 모두 연습에 열심”이라며 “아직 미흡하지만 하나하나 완성될 때마다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인천시립장애인예술단은 올해 3월 인천시가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설립한 장애인 직업 재활 단체로 사회복지법인 인정재단이 수탁 운영하고 있다. 아직은 미완성이다. 현재 구성은 플루트 연주자 3명, 바이올린 2명, 트럼펫과 첼로·피아노 각 1명씩. 이 중 7명이 발달장애를 지니고 있고 1명은 시각장애인이다. 제대로 된 공연을 하려면 연주자가 더 필요하지만 지원자가 없어 일단 8명으로 출발했다. 정지선 예술단 원장은 “필요한 인원은 20명이지만 아직 다 채워지지 않은 상태이고 특히 가장 중요한 현악기가 상당히 부족하다”며 “현재 상태에서 최대 효과를 내기 위한 구성”이라고 설명했다.

인천시립장애인예술단 지휘를 맡은 정영주 씨.인천시립장애인예술단 지휘를 맡은 정영주 씨.



이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을 하는 이유는 하나. 이달부터 앙상블 형식으로 정기 공연에 나서기 때문이다. 실력은 아직 더 키워야 한다는 게 내부의 솔직한 평가다. 정 지휘자의 표현을 빌리면 ‘중간에 좀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과감하게 나서는 것은 장애인도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다. 정 지휘자는 “여기서 연습하고 있는 이들은 누구보다 음악을 사랑하는 연주자들”이라며 “비장애인들이 연주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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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동정을 바라지는 않는다. 실력을 있는 그대로 평가받고 싶다는 것이다. “돌발 행동을 한다고 킥킥 웃거나 연주자들을 측은하게 바라보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그저 음악으로만 평가받고 싶습니다. 장애인이라는 꼬리표를 붙이지 말고 연주를 들었으면 합니다.”

탄탄한 실력을 갖춘 단원들도 있다. 피아노 연주자는 17년 경력에 자작곡을 100곡 넘게 만들었을 정도의 실력자이며 바이올리니스트들도 최소 10년 이상 경력을 가지고 있다. 정 지휘자는 “피아니스트의 경우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음악을 배워 상당한 실력에 올라온 연주자”라며 “첼리스트와 플루티스트 역시 발전 가능성이 가장 많은 친구”라고 평가했다.

인천시립장애인예술단에서 세컨드 플루트를 맞은 고수경(왼쪽) 씨와 피아노를 연주하는 김승현 씨.인천시립장애인예술단에서 세컨드 플루트를 맞은 고수경(왼쪽) 씨와 피아노를 연주하는 김승현 씨.


음악에 대한 열정은 그 누구 못지않다. 오히려 비장애인들보다 더 뜨겁다. 실제로 몇몇 연주자는 오전 연습을 마치고 쉬는 시간에 혼자 연습을 하기도 했다. 세컨드 플루트를 담당하고 있는 고수경 씨는 “연주는 마음을 달래주고 상처를 치유해주는 효과가 있다”며 “누구에게도 지지 않게 실력을 많이 늘리고 싶다”고 말했다. 피아노를 치는 김승현 씨도 “음악을 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어 연습을 열심히 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세컨드 플루트의 박소현 씨도 “힘들지 않다. 더 할 수 있다”며 연주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아쉬움도 존재한다. 장애인 중에도 예술성을 가진 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잘만 하면 숨은 원석을 보석으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해피엔딩이 어렵다. 정 지휘자는 “예술성 있는 아이들을 조기에 발견하고 좋은 선생님과 연결하면 훨씬 빠르게 성장할 수 있지만 그러기 힘든 게 지금 장애인들이 겪는 현실”이라며 “일부 선생님들은 장애인들을 연습시킬 때 시간 때우기 식으로 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있다”고 지적했다.


글·사진=송영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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