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일손 1150만개 부족한데 450만명 '대퇴사'…美 인력난 절정

3월 구인건수·퇴직자 사상 최고

늘어난 인건비에 상품값 치솟아

AP연합뉴스AP연합뉴스




미국에서 3월 중 구인 건수와 퇴직자 수가 나란히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손이 필요한 곳이 급증하는데도 정작 근로자들은 대규모 퇴사에 나서고 있다는 의미다. 사상 최악의 인력난이 임금 인상을 부추겨 가뜩이나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노동부가 3일(현지 시간) 발표한 ‘구인·이직 보고서(JOLTS)’에 따르면 3월 미국 기업들의 구인 건수는 전월 대비 20만 5000건 늘어난 1155만 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0년 12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후 가장 높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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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퇴직자도 역대 최대 규모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3월 퇴직자 수는 전월 대비 15만 2000명 증가한 454만 명에 달했다. 이 때문에 일자리는 넘쳐나지만 일할 사람을 찾지 못하는 극심한 구인난이 지속되는 실정이다. 3월 미국 실업자 1명당 일자리는 1.9개에 달해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20년 2월의 1.2개를 크게 웃돌았다.

구인난은 자연히 임금 인상으로 이어진다. 직원을 채용하려면 그만큼 다른 직장보다 더 나은 대우를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들은 높아진 인건비를 감당하기 위해 상품 가격을 올리고, 이는 40년 만에 최고로 치솟은 미국의 물가를 더욱 끌어올리게 된다. 특히 구직자에게 유리한 노동시장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더 높은 연봉을 주는 일자리를 찾아가는 이직자가 늘어나고, 이는 구인난발(發) 인플레이션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구인 사이트 집리크루터에 따르면 지난 6개월 동안 발생한 이직자 2064명 가운데 64%의 급여가 올랐다. 응답자의 48%는 급여가 11% 이상 인상됐으며 50% 넘게 뛰었다는 답변도 9%에 달했다.

구인 구직 사이트 인디드의 닉 벙커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침체가 임박했다는 우려에도 고용주들은 역대급으로 채용을 늘리고 기존 직원들은 붙잡아 둬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며 “구직자 우위인 시장 상황이 빨리 바뀌려면 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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