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자력발전소 수출로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난해 11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합의된 파리기후변화협약 6조 국제탄소시장지침을 활용해서다. 이 지침은 개도국의 자원 보호 지원으로 선진국의 국내 탄소 감축분을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도록 했다. 원전의 탄소 배출량이 사실상 ‘제로(0)’인 만큼 해외 원전 수출이 개도국의 자원 보호 지원에 포함되면 우리로서는 국외 감축분 확대를 통해 탄소 배출 감축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는 NDC 40% 달성을 위한 한 방편으로 원전 수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수위 관계자는 “원전 수주를 활용한 NDC 국외 감축분 확대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개발도상국 등에 친환경 발전소를 구축하고 이를 국외 감축분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해외 원전 설립이) 국외 감축분으로 인정될 경우 현재 3350만 톤의 국외 감축분을 보다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전을 국내 감축뿐만 아니라 국외 감축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산업부도 최근 ‘온실가스 국제감축사업 유망분야 발굴 및 협력모델 설계’ 연구 용역을 통해 원전을 국외 감축분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이번 연구 용역은 지난해 11월 26차 COP26에서 합의된 개도국의 자원 보호 지원 안에 해외 원전 건설도 가능한지를 제대로 따져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제사회에서 원전 수출을 국외 감축분으로 돌릴 수 있는 논리를 만들기 위해 용역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 관계자도 “파리협약 6조는 지난해 11월 협의된 만큼 아직까지 국외 감축분 활용 방안에 대해 세계 각국이 논의 중인 상황”이라며 “만약 원전 수출이 국외 감축분으로 인정된다면 NDC 달성에 큰 여유가 생긴다”고 말했다.
국제 정세도 원전의 국외 감축분 인정에 유리하게 돌아가는 양상이다. COP26 직후 발표한 유럽연합(EU) 택소노미에 원전이 포함된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독일을 제외한 미국·영국·프랑스 등 세계 각국이 원전 증설에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유엔 용역 보고서에서 방사능 폐기물을 포함한 전 과정 평가 관점에서 원전이 온실가스를 가장 적게 배출한다는 결론을 냈다”며 “원전에 가장 부정적인 EU조차 이 보고서를 토대로 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시킨 만큼 개도국 입장을 고려해야 하는 국외 감축분 인정 기준에서는 원전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원전 수출에도 드라이브가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원전 수출이 단순히 해외 먹거리 창출을 넘어 탄소 중립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수위는 전날 국정 과제를 통해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목표로 원전수출전략추진단을 설치해 NDC 달성에 기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원전 수출이 국내 원전 산업의 부흥뿐만 아니라 지구적인 탄소 중립과 개발도상국의 경제 성장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NDC에 따라 2030년 탄소를 4억 3660만 톤만 배출할 수 있다. 2018년 7억 2760만 톤에서 40%(2억 9100만 톤)를 줄여야 한다. 이 중 국내 감축분이 2억 5750만 톤이고 국외 감축분이 3350만 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