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경제인에 대한 특별사면을 두고 시기상조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인만 사면하기는 어렵고, 다음 정부에서 기회가 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3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과 사면에 대해 나눈 대화를 공개했다. 김 총리는 이번 주초 주례 회동에서 문 대통령에게 사면과 관련한 여론을 전하며 “결심하셨느냐”고 물었고 문 대통령은 “국가적·국민적 동의를 받았다고 보기 어렵지 않나. 임기 말에 사면권을 남용하는 듯한 모습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부정적인 답을 내놓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등에 대해 사면 반대 여론이 여전히 우세하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최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의 의뢰로 지난달 29일부터 이틀간 전국 10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반대 의견은 51.7%로 과반을 차지했다. 김 전 지사(56.9%)와 정 전 교수(57.2%) 역시 사면 반대 의견이 50%를 넘었다.
김 총리는 이어 “경제인 부분은 따로 볼 만한 여지가 없겠는가”라며 문 대통령의 의중을 물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서도 바둑에 비유하며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이 와중에 경제인만 한다는 것도 (힘들다)”며 “다음 정권이나 기회가 오면 더 잘 해결될 수 있는데 오히려 바둑돌을 잘못 놓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KSOI 조사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찬성 의견은 68.8%로 국민 다수의 동의를 얻었지만 시민단체 등의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또 국민 통합을 목적으로 고려했던 사면과 관련해 경제인만 할 경우 특권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총리는 이와 더불어 새 정부 출범 이후 조기 사퇴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김 총리는 “눈치 없이 새 정부에 ‘봉급 더 주세요’라고 할 수 없다”며 “가능하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국회 임명 동의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다만 총리 인준이 어그러질 경우 다음 정부 출범에 일정 부분 도움을 줄 수는 있다는 의사도 표시했다. 김 총리는 “후임자가 오실 때까지 잘 연결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한 후보자의 국회 인준 상황에 맞추되 김 총리가 총리직에 있는 동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요청하면 새 내각 장관에 대한 임명 제청까지는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