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건설업계

"논란 길어질수록 수습 어렵다"…鄭, 4000억 손실 감수 정면돌파

[현산 화정 아이파크 전면 재시공]

■ '철거후 재시공' 결단 배경은

보이콧 움직임에 차기정부도 압박

"가장 힘든 결정이 가장 빠른 길"

정몽규, 신중론 뒤집고 '승부수'

시장도 "전화위복 되길" 긍정적

원희룡 "안전문화 높이는 계기로"

사고 이후 공사가 멈춰 있는 화정아이파크 건물 모습. 연합뉴스사고 이후 공사가 멈춰 있는 화정아이파크 건물 모습. 연합뉴스






HDC현대산업개발이 4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에 대해 전면 철거 후 재시공이라는 전례 없는 결정을 내린 데 대해 ‘벼랑 끝’에 몰린 회사를 살리기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재개발 철거 현장 붕괴 사고와 올해 초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 등 연이은 대형 사고로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노(NO) 아이파크’ 움직임이 확산되는 가운데 영업정지 처분에 이어 ‘등록 말소’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차기 정부도 HDC현산에 대한 강경 발언을 이어가며 압박 수위를 높이자 최후의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서울 용산 사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가 발생한 화정아이파크 201동을 포함해 8개 동 모두를 철거하고 새로운 아이파크를 짓겠다고 밝혔다. 이번 기자회견은 갑작스럽게 공지된 ‘긴급’ 일정이었다. 정 회장은 전날 밤 늦게까지 HDC현산의 경영진들과 이 문제를 논의해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HDC현산은 입주민들의 ‘전면 철거 후 재시공’ 요구에 신중한 입장을 고수해 왔다. 정밀안전진단을 거친 후 철거 범위를 결정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기존 입장을 뒤엎고 ‘전면 철거’라는 고육지책을 발표한 배경에는 논란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신뢰를 회복하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정 회장도 이날 회견에서 “800여 명의 계약자가 계셔서 합의가 무한정 지연될 가능성도 있고 회사의 불확실성도 커지기 때문에 어려운 결정을 했다”며 “가장 힘든 결정이 고객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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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1월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가 발생한 후 전국적으로 HDC현산 퇴출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HDC현산은 큰 타격을 받았다. 광주 운암주공3을 비롯해 경기 광명11구역, 경기 안양 뉴타운맨션삼호, 경기 광주 곤지암역세권, 대전 도안 아이파크시티2차 등에서 HDC현산과의 시공 계약을 해지했다. 이 외의 사업장에서도 시공 계약을 해지하라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계약 해지 사례는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화정아이파크와 관련한 손실에 더해 시공 계약권을 따냈던 사업장을 잃게 되면 HDC현산의 상황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올 1분기만 해도 사고 관련 손실 비용이 반영되지 않았지만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2.5% 줄어든 680억 원, 신규 수주액도 전년 동기보다 절반가량 줄어든 6550억 원을 기록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최근 HDC현산에 대해 강경 발언을 쏟아낸 것도 정 회장의 결단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 후보자는 최근 광주 화정아이파크 사고 현장을 찾아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면 가해 기업은 망해야 하고 공무원은 감옥에 가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광주 학동 철거 건물 붕괴 사고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후 화정아이파크에 대한 행정처분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인 만큼 HDC현산에는 부담이다.

HDC현산이 통큰 결단을 내린 만큼 잇따른 사고로 실추된 신뢰도를 회복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간과 돈이 상당히 소요되기는 하지만 HDC현산으로서는 해당 문제가 장기화될수록 좋을 것이 없는 만큼 우려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DC현산의 결정에 여론은 일단 긍정적인 반응이다.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지금이라도 전면 철거가 결정돼 다행이다” “전화위복이 됐으면 좋겠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원 후보자도 HDC현산의 발표 이후 페이스북에 “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전면 철거 재시공이라는 고뇌에 찬 결단이 우리나라 안전 문화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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