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전 이후로 우주 영역이 전장화된 지도 벌써 30여 년이 됐는데 아직도 우리 군에서는 국방 우주 전담 주무 조직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하고 있어요. 국방부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인데 우주 선도국처럼 우리 군 구조를 현대전의 흐름과 일치시켜야 합니다.”
이동규 연세대 항공우주전략연구원 미래항공우주기술센터장(초빙교수)는 4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새 정부가 우주 전담 기구로 항공우주청을 만들기로 했는데, 국방부도 이런 우주력 증강·운용 조직을 만들기 위해 신경을 써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공군대학장과 공군 항공우주전투발전단장을 거친 예비역 준장으로 국방우주학회 총무이사를 맡고 있다.
그는 현대전의 흐름이 육해공군 외에 우주와 사이버전까지 5개 전장으로 확대됐다며 우주 최강대국인 미국은 물론 우리를 둘러싼 중국·러시아·일본이 우주전력을 강화하고 컨트롤타워를 세우고 있는 것에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육해공군이 협력을 강화해 다함께 우주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며 “궁극적으로는 미국처럼 우주군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육해공군이 제대로 협력하기 위해서는 어느 전장이나 마찬가지로 특정군(공군)이 주도하고 다른 군이 지원하는 형태가 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합참이 올해 초 ‘2030년 우주작전사령부를 만들겠다’고 밝혔는데 좀 더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절인 2019년 공군을 위주로 육해공군의 우주전력과 인력을 통합해 우주군을 창설한 뒤 기존 전략사령부에서 분리해 합동·연합우주사령부를 구축했다.
그는 “국방부가 육군 주도의 올드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다”며 “과감한 국방 개혁을 통해 모든 것을 제로섬에서 검토해 군 구조를 현대전의 흐름에 맞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지금 우주 전장에서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질 수 있느냐"며 "전쟁에서 2등이란 존재할 수 없다”고 했다. 중국이 지상에서 레이저를 쏴 위성을 공격하는 기술을 개발할 정도이고, 일본도 정찰위성을 10기 이상 올려 한반도를 엿보고 있는데 우리도 담대하게 준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현재 일부 국방 전문가들은 공군이 주도하거나 참여하고 있는 군사정찰위성, 한국형위성항법시스템(KPS) 등에서 육군이 물밑에서 주도권을 다투고 있는데도 국방부가 제대로 중재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 교수는 이 밖에 국방 우주에서 민군 협력이 절실하다며 뉴스페이스(민간 주도 우주개발)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국방과학연구소(ADD) 등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임무와 역할을 재정의해 민간에서 하기 힘들거나 할 수 없는 우주탐사, 킬러위성 같은 무기 체계 등은 하도록 하되 나머지는 과감히 민간에 맡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일본 미쓰비시가 우주발사체뿐 아니라 정찰위성까지 개발해 운용하고 있는 사례를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