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패권 위협받는 美 달러화…中 위안화 결제 늘리고 대안화폐 수요까지

[불붙는 통화전쟁]

사우디 中수출분 위안화 결제 추진

글로벌 석유시장 등 달러위상 위축

비트코인·CBDC 부상 등도 변수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58.9%(7조 870억 달러)는 미국 달러가 차지하고 있다. 국제금융통신망인 스위프트(SWIFT)내에서도 올 2월 기준 달러 거래 비중이 38.85%로 가장 높다.






이 같은 달러 패권은 그동안 세계 질서가 미국 주도의 단극체제(Uni-polar)로 유지될 수 있는 핵심 요인 가운데 하나였다. 다만 최근 들어 달러의 미래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도전 △대안 화폐에 대한 수요 증가 △전 세계 산업 구도의 변화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의 부상 등 다양한 변수가 떠오르면서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본격화된 신냉전 구도에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 위안화의 거센 도전으로 미국의 기축통화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달러 패권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지켜보며 상당수의 국가들이 대안 화폐의 필요성을 인지하기 시작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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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에 수출하는 원유의 일부를 위안화로 결제하는 방안을 놓고 중국과 협의를 시작했다. 중국은 2020년 기준 세계 원유 수입량 1위로 사우디 원유의 26%를 수입해 가는 큰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가 위안화를 기준으로 원유 가격을 매기고 결제한다면 글로벌 석유 시장에서 공고했던 달러화의 지배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도 역시 러시아의 원유를 수입할 때 위안화를 결제통화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적으로 탄소 중립 기조에 따른 에너지 사용 구조의 변화로 ‘페트로 달러’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자력·태양광·풍력 등이 석유 사용 비율을 줄이면 줄일수록 석유 거래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달러의 힘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디지털 금’으로까지 불리는 비트코인이나 CBDC 역시 달러 패권의 변수로 꼽힌다. 졸탄 포자르 크레디트스위스 투자전략가는 “(새로운 금융 체제에서) 비트코인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미 러시아의 자산가들이 서방의 제재를 피해 비트코인을 구입해 해외에서 현금화하는 등 대안 금융의 가능성을 확인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지난달 디지털 자산을 주제로 한 연설에서 CBDC의 부상에 대해 언급하며 “달러는 어느 상황에서는 최고의 통화라는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뒤집어 보면 그만큼 디지털 자산의 부상이 달러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달러화의 위상이 흔들리고는 있지만 이른 시일 내 기축통화의 지위가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은 성급하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달러의 자리를 위안화가 대체하기에도 격차는 크다. 올해 1월 말 기준 스위프트에 따르면 달러화는 39.92%로 국제결제 비중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 위안화는 3.20%에 불과하다.

중국 정부는 달러화의 빈틈을 파고드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디지털 위안화로의 새로운 패러다임 도래를 대비하고 있다. 당장 달러 패권을 무너뜨릴 수 없는 만큼 아시아·아프리카·중동·남미 등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의 시범 서비스 지역을 넓혀가며 상용화에 대비하고 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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