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대선후보 초유의 동시·조기 등판…이재명 ‘방탄출마’ 역풍 맞나

■‘대선 연장전’ 된 재보선

李, 대선 패배 두달만에 정치 복귀

검경 수사 압박 관측에 비판 쇄도

여론조사서 "출마 반대" 57.8%

민주-국힘 전면전 양상 점차 뚜렷

논란 이어지면 대형악재 될 수도

‘대장동 저격수’ 윤희숙 “계양乙 나갈 것”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이재명 후보가 인사말을 하고있다. /성형주기자지난 3월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이재명 후보가 인사말을 하고있다. /성형주기자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6일 경기도 수원 영통구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에서 열린 경기지역 정책과제 국민보고회에 참석 후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6일 경기도 수원 영통구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에서 열린 경기지역 정책과제 국민보고회에 참석 후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대통령 선거 이후 실시되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대선 낙마 후보들이 동시에 조기 등판하는 초유의 상황이 현실화됐다. 6·1 보궐선거에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과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가 출격하게 되면서 유권자들은 ‘유능한 지역 일꾼’을 뽑기보다는 양당 간 권력 충돌의 차원에서 지지 후보를 고르는 정치 프레임의 덫에 빠져들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선거의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을 사수하려면 ‘이재명 역할론’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로 이 전 지사의 공천을 밀어붙였다. 이 전 지사는 이 같은 여론 몰이 바람을 타고 여의도에 입성해 ‘0선’의 원외 정치인 한계를 극복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원내 입성이 실현될 경우 순수한 정치력 확장을 넘어 이 전 지사와 관련된 검경 수사의 칼날이 무뎌질 우려가 적지 않다. 당선된 뒤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방패 삼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는 이미 유권자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어 이번 선거가 지난 대선 때처럼 ‘문재인 정권과 이 전 지사 의혹’에 대한 심판론의 역풍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정치권의 전망이다.



이 전 지사가 자신의 연고지인 성남시 분당갑이 아닌 인천 계양을을 택한 것도 이 같은 우려를 고려한 다목적 카드로 해석된다. 대선 경쟁자였던 안 위원장이 분당갑 출마를 선언한 상황에서 이 전 지사마저 분당갑에 뛰어들면 ‘대선 연장전’의 구도를 만들게 되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분당갑은 대선 내내 민주당의 발목을 잡았던 대장동 의혹의 중심지”라며 “분당갑에 나섰다가는 대장동 공방이 일면서 지방선거 전체에도 좋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역대 대선 후보들의 사례와 비교할 때 두 달 만에 정치 전면에 나서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12월 대선에서 패배한 후 741일 후인 2014년 12월 당권 도전을 선언하며 정치에 복귀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도 1997년 대선 패배 후 정계 은퇴 선언 없이 물러나 있다가 8개월 만에 당 총재로 복귀했다. 당시 한나라당의 수도권 소장파 의원 그룹은 ‘조순 퇴진, 이회창 복귀’를 요구하면서 명분을 만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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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지사처럼 대선 후보가 조기에 복귀했다가 다시 고배를 마신 경우도 있다. 2007년 대선에서 대통합민주신당(민주당 전신) 후보로 나섰던 정동영 전 의원은 대선 패배 후 넉 달 뒤 총선에 도전장을 던졌으나 정몽준 전 의원과의 대결에서 낙선했다.

전문가들은 “역대 대선 후보와 다르게 이 전 지사가 조기 복귀를 하게 된 명분이 부족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 전 지사의 보궐선거 출마에 대해 절반이 넘는 국민이 우호적이지 않은 만큼 방탄 출마 논란이 커지면 지방선거판을 흔드는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7~28일 경기도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전 지사의 경기도 내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와 관련해 ‘찬성한다’고 답한 비율은 35.5%(매우 찬성 26.6%, 약간 찬성 8.9%)에 머물렀다. 반면 ‘반대한다’는 응답은 57.8%(매우 반대 48.0%, 약간 반대 9.8%)로 집계됐다.

대선 경쟁자였던 이 전 지사와 안 위원장이 동시에 출마하면서 저조한 투표율이 예상됐던 6월 보궐선거는 진영 간 전면전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직접 선수로 뛰는 만큼 이 전 지사는 새 정부와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는 국회 후반기 원 구성,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등으로 극한의 대립을 벌여왔는데 ‘이재명 vs 윤석열’ 대결까지 추가되는 셈이다.

국민의힘은 이미 이 전 지사를 향해 공세를 퍼붓기 시작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6일 “어떻게든 원내에 입성해 본인에 대해 진행되는 수사를 방탄하려는 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아무 연고도 없는 인천 계양으로 외곽순환도로를 반 바퀴 타고 간 것이 국민에게 어떻게 해석되겠느냐”고 꼬집었다.

안 위원장 역시 이 전 지사의 인천 출마를 비판했다. 그는 “연고가 있는 곳에 출마하는 것이 정치인으로서 기본적인 상식이자 도리”라며 “이(재명) 고문께서는 당연히 분당갑이나 경기도 쪽에서 출마하는 것이 정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당이 원할 경우 내가 계양을에 나가 이 전 지사와 싸우겠다”고 말했다. 윤 전 의원은 지난 대선 국면에서 ‘대장동 의혹’ 등을 집중 공격하며 ‘이재명 저격수’로 불렸다.


박진용 기자·주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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