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택

'돈 된다, 저가 아파트 또 싹쓸이'…공시가 1억 거래 폭증

올해 경기도 아파트 매매 거래량 1~4위

공시지가 1억원 이하 단지들이 휩쓸어

‘주은청설’ 1월 17건→4월 52건 거래

주택 수 관계없이 취득세 1.1%만 적용

1000만~3000만 원 갭 투자 가능해

다주택자·법인 등 먹잇감…깡통전세 우려도

전문가 “취득세 중과 없애면 수요↓” 경고

경기 안성시 공도읍 주은청설 아파트. 네이버지도 로드뷰경기 안성시 공도읍 주은청설 아파트. 네이버지도 로드뷰




한동안 주춤했던 경기도 내 ‘공시가격 1억 원 이하’ 아파트 거래가 다시 늘고 있다. 취득세가 중과되지 않아 다주택자와 법인의 먹잇감이 됐던 이들 아파트에 대한 거래는 지난해 말 국토부의 전수조사 엄포와 대출 규제 등으로 뜸하다가 최근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차기 윤석열 정부에서 취득세 중과가 완화될 경우 틈새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며 투자에 주의할 것을 경고했다.



6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올해 경기도 매매 거래량 1~4위 아파트는 모두 공시가격 1억 원 이하 단지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안성시 공도읍 ‘주은청설’의 경우 올 들어 1~4월 총 128건의 매매 거래가 이뤄지며 거래량 1위를 차지했다. 특히 1월 거래량은 17건에 불과했으나 지난달에는 52건으로 3배 이상 급증했다. 주은청설은 대표적인 공시가격 1억 원 이하 아파트로 부각되면서 지난해 558건이 거래돼 전체 가구 수(2295가구)의 4분의 1가량이 손바뀜된 바 있다.



이어 인근 ‘주은풍림(2615 가구)’이 올해 1~4월 108건, 이천시 대월면 ‘현대전자사원(1110 가구)’이 75건, 평택시 세교동 ‘부영(1590 가구)’이 64건 각각 거래됐다. 해당 단지들의 1월과 4월 매매 거래량을 비교해보면 주은풍림 21→38건, 현대전자사원 7→29건, 부영 7→19건으로 크게 늘었다.

이 같은 거래량 순위에서 특이 거래로 판단되는 경기 화성시 향남읍 ‘제약공단’ 아파트는 제외했다. 해당 아파트를 소유한 아시아신탁주식회사가 지난달 10일 오랫동안 폐허로 방치됐던 아파트를 통째로 매각하면서 125건의 매매 거래가 이뤄졌다.



경기도 매매 거래량 1~4위 아파트에서 주로 거래된 매물들은 올해 기준 공시가격이 1억 원 이하인 소형 아파트들이다. 같은 단지더라도 전용면적이 넓어 1억 원을 넘는 매물은 거의 거래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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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정부는 2020년 7·10 대책을 발표하며 법인과 다주택자의 주택 취득세율을 최고 12%로 높이면서도 실수요자 보호 차원에서 공시가격 1억 원 이하 주택은 배제했다. 보유 주택 수에 관계없이 취득세가 기본세율 1.1%로 동일하다 보니 다주택자·법인들의 매수세가 몰리면서 오히려 가격이 급등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해 11월 뒤늦게 법인·외지인을 대상으로 한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주택 거래 전수조사 방침을 밝혔다. 여기에 지난해 말부터 강력한 대출 규제까지 겹치며 전체 매매 수요가 줄어들었고 공시가격 1억 원 이하 아파트의 거래도 주춤했다.

하지만 최근 대출 규제 완화와 집값 상승 기대감에 공시가격 1억 원 이하 아파트 거래량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 경기도 23개 시 전역에 대해 지정됐던 외국인·법인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이달 1일부로 1년 반 만에 해제된 것도 관련 투기 수요를 부채질할 수 있는 요인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주은풍림 인근 공인 중개 사무소 관계자는 “3월부터 매수 문의가 조금씩 늘더니 이달부터 투자 문의가 더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거래가 다시 증가하면서 이들 단지의 매매가격도 다시 전 고점을 향해 오르고 있다. 주은청설 전용면적 40㎡(올해 공시가격 7499만 원)의 월 평균 매매 거래 가격은 지난해 10월 1억 4619만 원으로 최고점을 기록한 뒤 12월 1억 2850만 원으로 떨어졌다가 지난달 1억 4158만 원으로 회복했다. 주은풍림 전용 39㎡도 지난해 11월 평균 1억 4000만 원에 거래됐다가 올 1월 1억 1983만 원으로 하락한 후 지난달 1억 3186만 원으로 반등했다.

이들 단지는 전셋값과 매매가격의 차이가 1000만~3000만 원에 불과해 소위 ‘갭 투자(전세 끼고 투자)’ 방식으로 매매가 이뤄진다. 실제로 아실에 따르면 최근 3개월 갭 투자 매매 거래 증가 지역은 1위 경기 평택시(174건), 2위 경기 시흥시(83건), 3위 경기 안성시(61건)로 공시가격 1억 원 이하 아파트들이 많은 지역이 차지했다.

평균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 가격) 80%를 웃도는 곳이 많아 ‘깡통 전세’ 우려도 나온다. 6일 기준 이달 주은청설 40㎡의 평균 전세가율은 85.9%, 주은풍림 39㎡는 88.6%에 달한다. 현대전자사원 59㎡의 평균 전세가율은 올 3월 88.9%을 기록했다가 이달 75.4%로 소폭 하락했다. 부영은 이달 평균 전세가율 75.9%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투자에 주의하라고 경고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공시가격 1억 원 이하 단지들은 취득세 중과에 따른 틈새 수요가 몰리며 가격이 급등했던 것인데 차기 정부에서 취득세 중과 완화 방침을 밝힌 만큼 수요가 떨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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