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기안84, 야옹이 작품을 중국에서?…떠오르는 중국 웹툰 시장[김광수의 中心잡기]

드라마, 영화 이어 급부상하는 웹툰 콘텐츠

한국 웹툰 인기 높아…OSMU 가능한 장점





중국 콘텐츠 시장이 한류 콘텐츠를 무분별하게 베끼던 시절이 있습니다. 여전히 유사 프로그램을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요. 그래도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했던가요? 베끼다 보니 중국 콘텐츠 시장도 점차 진화, 발전하며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특히 웹툰 시장도 최근 커지고 있는데, 어떤 기업을 눈여겨 봐야 할지 알려드리겠습니다.

한드 방영 확대, 한한령 해제되나?



지난 2016년 7월 한국의 사드 이후 중국에선 한국 영화, 드라마, 게임 등에 허가가 나오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를 ‘한한령(한류금지령)’이라고 부르지만 공식적으로 한한령이란 것은 없습니다. 정부의 공식 조치가 아니거든요. 업계가 알아서 조심했을 뿐이죠.

5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지난해 말 오랜만에 한국 콘텐츠가 중국에 소개됩니다. 영화 ‘오! 문희’였습니다. 흥행작도 아니고, 한류 배우가 출연한 것도 아닌 이 작품이 왜 소개됐는지 여러 뒷말이 오갔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주연 배우 나문희씨가 베이징에서 태어났다는 점이 유력한 이유로 꼽혔네요.

작년에 스타트를 끊었다면 올해는 본격적으로 한국 콘텐츠가 중국에 상륙합니다. 연초 대장금으로 유명한 이영애 주연의 '사임당, 빛의 일기'가 스타트를 끊더니 3월 며칠 사이에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인현왕후의 남자’, ‘또 오해영’,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연이어 방송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김비서는 왜 그럴까’, ‘슬기로운 의사생활2’도 허가를 받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대장금과 달리 3월에 공개된 드라마들은 모두 올해 심의를 통과했고, 비교적 최근 작품입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아, 이제 드디어 한한령이 해제되는구나’ 하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중국도 OTT가 대세


최근 중국에서 방영된 한국 드라마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대부분 TV가 아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중국도 갈수록 TV보다는 핸드폰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죠.

중국 OTT 시장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63%의 놀라운 성장률을 보였습니다. 반면 중국 유료방송 시장은 2017년부터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2016년 유료방송 가입비 매출 대비 OTT 매출액이 7.8%에서 2020년 56.3%까지 증가했습니다.

중국의 대표적인 OTT로는 아이치이, 텐센트 비디오, 요우쿠우가 크게 3대 OTT로 불립니다. 중국판 유튜브로 불리는 비리비리와 망고TV까지 더한 ‘빅5’의 시장 점유율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이치이는 2010년 4월 설립돼 중국어 뿐만 아니라 영어, 일본어, 베트남어, 한국어로도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2018년 나스닥에 상장할 때 공모가는 주당 18달러였는데, 최근 1년 주가가 폭락해 현재는 3.5달러 수준에 불과합니다. 최근 회원수나 매출 등이 정체됐고 감원 소식도 들립니다.

텐센트 비디오는 2011년 4월 론칭해 HBO, 내셔널 지오그래픽, BBC 같은 독점 콘텐츠를 제공하며 성장했습니다. 미중 관계가 좋을 때는 골든글로브, 그래미 같은 시상식도 독점 중계했습니다. 작년 말 기준 유료회원이 1억2400만명입니다.

요우쿠우는 2006년 6월 설립돼 드라마, 영화, 다큐멘터리, 스포츠, 어린이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2010년 뉴욕 증시에 상장했지만 알리바바가 인수하면서 상장 폐지 절차를 밟아 현재 투자할 수 없는 종목입니다.



2009년 론칭한 비리비리는 유일하게 미국과 홍콩 증시 모두에 상장한 회사입니다. 2018년 3월 나스닥, 2021년 3월 홍콩증시에 각각 상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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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에는 유튜브처럼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유하는 사이트에서 지금은 영화, 드라마 같은 콘텐츠까지 영역을 넓혔습니다. 주가는 작년 2월 말 나스닥에서 150달러를 넘다가 현재 25달러에도 못 미치고 있습니다.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 웹툰 시장


전통적인 드라마, 영화 등에 이어 최근 웹툰 시장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난달 8일 중국 바이두에서 드라마 부문 인기 검색어 8위에 '사내맞선'이 올라왔습니다. 아직 중국에선 사내맞선을 공식적으로 볼 수 없습니다. 넷플릭스에 공개됐어도 중국에서 넷플릭스는 서비스를 하지 않습니다.

중국 사람들은 사내맞선을 웹툰으로 먼저 알았습니다. 그러다가 한국에서 인기를 끈다고 하니 드라마 검색어에도 올라왔습니다. 사내맞선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텐센트가 공동 설립한 웹툰·웹소설 플랫폼 ‘포도만화’에서 연재되고 있습니다

중국도 웹툰을 플랫폼으로 소비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데, 웹툰 플랫폼의 선두 주자는 콰이칸 만화입니다.

콰이칸은 2014년 설립된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입니다. 누적 사용자수 3억4000만명, 월간 활성이용자는 5000만명을 넘습니다. 작년에는 텐센트를 비롯해 국내 기업인 원스토어 등으로부터 2억4000만 달러를 투자 유치했고, 이는 중국 웹툰 산업 역대 최고 기록입니다.

지난 3월말 기준 톱10 안에 한국 웹툰 <아빠, 나 이 결혼 안 할래요!>, <나 혼자만 레벨업>, <당신의 후회는 받지 않겠습니다> 등 3편이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국내 웹툰에도 중국은 기회의 땅


중국 시장에서 한국 웹툰의 가능성은 확인됐습니다. 웹툰은 시장성도 좋습니다. 다양한 콘텐츠로 변환이 가능한, 즉 원소스멀티유즈(OSMU)의 대표주자이기 때문이죠. 드라마,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캐릭터 제품까지 다양하게 변환할 수 있습니다.

이미 중국도 웹툰의 지적재산권(IP)를 기반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중국 콘텐츠 시장, 웹툰 업계의 전망에 대해 윤호진 콘텐츠진흥원 베이징비즈니스센터장은 “방송이나 게임 같은 경우에는 중국의 광전총국에서 심의, 허가를 굉장히 까다롭게 하고 있지만 웹툰은 현지 유통사들이 자체 심의를 하면서 상대적으로 상당히 수월하게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가 있다”며 “한국 웹툰에 대한 선호도가 중국은 상당히 높아서 웹툰에 대한 전망이 상당히 밝다”고 말했습니다.

윤 센터장은 중국 웹툰 플랫폼 시장에 먼저 진출한 네이버나 카카오를 통해 중국 시장을 공략하거나 직접 콰이칸이나 빌리빌리 같은 중국 플랫폼 업체와 계약해 유통하는 방법 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OSMU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계약할 때부터 적극적인 협상을 통해 수익구조를 잘 확보하라고 조언했습니다.

어쩌면 기안84, 이말년, 야옹이 같은 웹툰 작가들의 작품은 물론 이들의 작품을 기반으로 만든 드라마, 영화 같은 콘텐츠도 볼 수 있을지 모릅니다. 웹툰 업계에선 국내에만 머물지 말고 중국 시장으로 진출도 고려해봤으면 합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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