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야, 너도 정치 할 수 있어!" 청년 정치 입문의 길 [지브러리]

청년 유권자 비율 34%·청년 정치인 비율 6%

기초의원 법정 선거비용 상한선 4,000~4,500만원…청년에게 더욱 크게 느껴지는 현실의 벽

"함께 고민하는 정치" 청년 정치인 매니지먼트의 등장





다가오는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다. 각 당의 유력 후보들이 공개되며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고 있는데 새로운 얼굴을 찾기는 힘들다. 특히 20~30대 후보들의 숫자는 현저히 적다. 지난 3월 치러진 대선에서 20~30세대가 당선의 윤곽을 가른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던 것을 생각하면 의외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030 후보들의 입후보가 이토록 적은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18년 치러졌던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총람을 보면 만 39세 이하의 유권자 비율은 34.4%였다. 당시 선출된 기초의원 당선자 2,927명 중 만 39세 이하는 단 6.6%(192명)였고 광역 자치단체장, 기초자치단체장, 교육감 중 만 39세 이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정작 청년이 정치인이 되고자 했을 때 이들이 택할 수 있는 길은 현실적으로 많지 않다. 서울 동대문구 구의원 선거에 출마한 김세종 국민의힘 후보는 “저처럼 정치권에 아무 인맥도 없던 사람 입장에서는 도대체 누구한테 물어봐야 할지 모르겠다”며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아무것도 모르던 게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청년 정치.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청년들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와 최근 새롭게 떠오른 현실적인 '조언자'에 대해 알아봤다.

현실 정치 입문의 ‘전통적인 세 가지’ 방법




청년이 ‘정치’를 해보고자 할 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대개 세 가지다. 정당에 영입 인사로 들어가거나, 학생 시절부터 학생회나 시민단체 등에서 정치 활동을 꾸준히 해왔거나, 정치가 아닌 다른 일을 하다가 정치에 뜻을 품고 입문하는 경우다.

영입은 대중에게 익히 알려진 사람이 많다. 정당에 영입된 인사들의 대부분은 사회적인 신망도 있고 정치적인 목표도 뚜렷한 편이기에 선거가 다가오면 여러 정당의 타깃이 된다. 영입 인사의 물망에 오른 자와 정당의 요구사항이 충족되면 해당 정당에 영입되고 선거 후보자로 등록된다. 하지만 일반 청년 중에서 정당에 영입될 수 있을 만한 경력을 가진 인물은 드물기에 이 방법을 선택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정치 외길 인생을 걷는 이들도 있다. 윤김진서 기본소득당 서울시의원 후보(비례대표 1번)는 대학에 입학했을 때부터 학교 안팎에서 사회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자연스럽게 정당 정치에 가까워졌다고 한다. 이런 사회 활동을 하면서 청년의 목소리가 대변되고 있지 않다는 생각에 직접 정치판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윤김 후보는 “정치가 누군가의 목소리를 드러내고 하지 못한 말을 대신하는 일이라면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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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 후보도 자연스럽게 정치에 스며든 경우다. 고등학교 때부터 정치에 대한 동경을 품고 20대가 돼 정당에 가입했다. 그리고 20대의 전부를 당 활동과 함께했다. 박 후보는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당의 내부 구조를 이해하고 언젠가 선거 때 출마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일반 청년 유권자 입장에서 청년 후보로 직접 출마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오랜 시간 정치 활동에 몸담은 경우가 아니라면 관련 정보를 얻기가 어렵다. 정치권에서 청년의 입지를 늘리려는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당 내에 인재 육성을 위한 청소년, 대학생, 청년 위원회를 만들어둔 곳이 있고, 당 내부에 ‘청년 가산점’이나 ‘청년 할당제’와 같은 당규도 마련된 곳도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의사 결정 권한은 지역 및 당협위원장에게 있고 당규대로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적용되는 불이익도 없기에 정당 내 세력이 변화하면서 처음의 체계를 이어 나가지 못하고 바뀌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치 도전 앞에 놓인 현실의 벽


정치가 아닌 다른 일에 종사하다가 정책의 결정권자가 아니라 생기는 답답한 마음으로 정치를 해보겠다 결심할 수도 있다. 많은 사람이 판을 깨볼 수 있는 방법이지만 마찬가지로 어려운 길이다. 정치인을 4년마다 한 번씩 공개채용을 하는 하나의 직업으로 본다면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쌓아가야 하는 준비 과정이 필요하기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자금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누군가 취업을 준비한다면 채용 절차에 맞춘 준비 과정이 알려져 있고 이를 따라간다. 하지만 정당 내에는 정치인이 되기 위한 방법이나 절차가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지 않기에 기회가 한정적이라 입문이 더욱 어렵다. 또한 대개 큰 지역은 유명인이, 작은 지역은 지방 유지가 지역사회의 인적·정치적 네트워크를 꽉 잡고 있어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도 힘들다.



일반적으로 예비 후보자 등록 시점부터 선거를 마무리할 때까지 최소 6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선거에 들어가는 비용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많다. 기초의원의 경우 법적으로 정해진 선거운동 비용은 약 4,000~4,500만 원 정도다. 이 수치는 보전받을 수 있는 비용의 상한선이므로 대부분 이 금액에 맞춰 선거 비용을 지출하게 되는데 선거비용 마련을 위해서는 경제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경제활동을 이어가려면 하기에 일상적인 업무 시간 동안에는 정치 활동을 할 수가 없다. 예를 들어 선거구의 지역 주민을 만나는 자리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만약 그 일정이 소득 활동 일정과 겹친다면 그 자리에 참석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또한 유효 득표수가 10% 미만일 경우 선거비용의 보전도 어렵기에 정치 입문자들은 높은 연령대에 경제적인 기반까지 갖춘 ‘익숙한 얼굴’들과 경쟁에서 힘든 상황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청년 정치인 입문 열어주는 도움의 손길


사진=뉴웨이즈 홈페이지 캡쳐사진=뉴웨이즈 홈페이지 캡쳐


최근에는 이러한 막막함을 가진 청년 정치인을 도와주는 일종의 ‘청년 정치인 기획사’도 모습을 보인다.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는 “유권자에게 말 통하는 ‘젊치인’을 키우고 동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젊치인’에게는 실력과 세력을 쌓아 더 나은 의사 결정권자로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정당을 고민하는 순간부터 실제로 준비하는 과정까지 필요한 가이드나, 실제 현역 기초위원회 세션, 피드백 세션 운영을 해 실질적으로 가장 효과적이었던 방법부터 해볼 수 있게 도움을 준다"며 “이미 7개 정당과 협약을 맺었고 정당 안에서도 새로운 인재를 맞이할 기회가 되고 당을 고민하는 분도 이 기회에 정당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웨이즈와 같은 단체는 여러 청년 정치인의 프로필과 약력, 포트폴리오를 홍보하고 이들을 정당과 연결해주는 매니지먼트 역할을 한다. 김 후보는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될 때가 있다"며 “이런 단체들을 통해 알게 된 여러 사람에게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채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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