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디자인 브랜드 알레시(Alessi)의 가장 유명한 제품 중 하나는 사람 모양을 본 딴 와인오프너다. 이 명품 와인따개가 ‘단색화’ 거장 박서보(91) 화백의 홍시색 웃도리와 개나리색 바지를 입었다. 불려서 붙인 한지가 마르기 전에 일정한 간격으로 긋고 그어 만드는 박 화백의 대표작 ‘묘법(Ecriture)’을 입은 듯한 줄무늬가 특징이다. ‘알레산드로 멘디니 박서보 한정판’이라 불리는 이 와인오프너는 두 가지 색상으로 1500개씩 총 3000개만 제작됐다. 멘디니는 이 제품을 처음 만든 디자이너의 이름이다.
작품이 된 와인따개가 오는 10일부터 롯데호텔 시그니엘 부산에서 열리는 ‘롯데아트페어 2022 부산’에서 최초로 독점 공개된다. 롯데아트페어는 롯데백화점이 ‘프리미엄 아트페어’로 기획해 처음 선보이는 행사다.
박서보와 알레시가 만났다면, ‘물방울’ 화가 김창열(1929~2021)은 덴마크의 명품오디오 뱅앤올룹슨과 손잡았다. 김창열의 작품으로 만든 뱅앤올룹슨 한정판 스피커(‘Beoplay A9 김창열 에디션 by 프린트베이커리’)는 세상에 단 99개 뿐이다. 희소성이 높아 출시되고도 매장에서 볼 수 없을 정도인 스피커를 이번 롯데아트페어에서 직접 만날 수 있다.
첫 회인 이번 롯데아트페어는 ‘아트,디자인,크래프트(공예)’를 주제로 내세웠다. 박서보·김창열 등 거장의 콜라보레이션을 내놓은 이유다. 미술가 이우환과 도예가 박영숙의 협업 도자도 만날 수 있다. 부산이라는 휴양·관광도시에서 열리며 디자인 분야에 방점을 찍었다는 점에서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마이애미 바젤’ 아트페어와 닮은 꼴이다.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와 더불어 국내 최대 페어인 아트부산(12~15일·벡스코)과 같은 기간 열려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김영애 롯데백화점 아트비즈니스실장(상무)은 “요즘 고객들, 특히 VIP고객들은 색다른 경험과 가치 소비를 중시한다”면서 “패션·명품에 비해 문턱 높은 예술 분야를 신뢰할 만한 큐레이션으로 소개하고, 취향있는 컬렉터의 공간을 체험하는 방식을 통해 우리 일상을 예술적 품격으로 빛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12개의 참여갤러리로는 아시아 최대 화랑인 ‘탕 컨템포러리아트’와 싱가포르의 ‘해치 아트 프로젝트’가 이름을 올렸다. 용산구 이태원동의 ‘인터아트채널’은 이번 제59회 베니스비엔날레의 공식 특별전 작가로 현지에서 주목받고 있는 전광영의 최근작들을 선보인다. 두손갤러리, BHAK 등 수십 년 이상 활동한 관록있는 화랑들이 함께하는 동시에 갤러리스탠·갤러리애프터눈 등 MZ세대의 관심 속에 ‘그림 오픈런’을 일으킨 신진 화랑도 참가했다.
디자인 브랜드도 30여 곳이 참여해 클레토 무나리의 아트 퍼니처, 케니 샤프의 설치작품, 럭셔리 오디오 ‘그리폰’ 등을 만날 수 있다. 방탄소년단(BTS)이 사랑하는 ‘반가사유상’으로 유명한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의 박물관상품,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소개하는 ‘로에베 크래프트 어워드’ 수상작들도 눈길을 끈다.14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