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전 세계 식량 가격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3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달 소폭 하락했지만 육류와 유제품·설탕 가격은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가며 ‘식탁 물가’에 부담이 되고 있다.
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159.7)보다 0.8% 하락한 158.5포인트였다. 지난해 12월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던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올 3월 최고치를 기록한 뒤 4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FAO는 1996년 이후 24개 품목에 대한 국제가격 동향을 모니터링해 곡물·유지류·육류·유제품·설탕 등 5개 품목군별로 식량가격지수를 매월 집계해 발표한다.
품목별로 보면 우크라이나 사태 영향으로 상승한 곡물(-0.4%)과 유지류(-5.7%)의 가격지수는 다소 하락했으나 육류·유제품·설탕의 가격지수는 상승했다. 먼저 육류 가격지수의 경우 전월보다 2.2% 상승한 121.9포인트를 기록했다. 돼지고기 가격 상승세가 지속됐고 쇠고기도 도축용 소 공급 부족이 지속돼 가격이 올랐다. 가금육은 우크라이나 수출 장애와 북반구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으로 가격이 상승했다.
유제품 가격지수는 전월보다 0.9% 상승해 147.1포인트를 기록했다. 서유럽과 오세아니아를 중심으로 우유 생산량이 줄어든 데다 버터의 경우 해바라기씨유의 대체재로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다. 탈지분유와 치즈도 가격이 올랐다. 설탕 가격지수는 브라질의 에탄올 제조용 사탕수수 수요 증가로 전월보다 3.3% 상승한 121.8포인트다.
FAO는 2021∼2022년도 세계 곡물 생산량은 27억 9930만 톤으로 2020∼2021년도 대비 0.8%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같은 기간 세계 곡물 소비량은 0.9% 증가한 27억 8490만 톤으로 추산됐다. 2021∼2022년도 세계 곡물 기말 재고량은 8억 5590만 톤으로 2020∼2021년도 대비 2.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곡물 업계는 7∼9월 사용 물량까지 재고를 보유 중이며 추가 물량도 확보하는 중이다.
주요 곡물 생산국의 ‘식량무기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식량 문제를 국가 안보로 인식하고 법제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농협중앙회 농협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곡물 가격의 변동성이 심해지면서 식량무기화 문제가 언제든 대두할 수 있다”며 “식량 문제를 국가 안보로 인식하고 식량 안보 규정을 헌법에 명시화하거나 국가재정법에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