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크리스 먼로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의 연구실에 한 벤처캐피털 투자자가 찾아왔다. 글로벌 벤처캐피털 NEA의 파트너인 해리 웰러는 앞서 물리학 저널에 실린 양자컴퓨터와 관련된 먼로 교수의 논문을 읽었다며 창업에 나서라고 적극 권유했다. 웰러는 “이 논문이야말로 사업 계획서나 다름없다”면서 과감한 투자 및 경영 자문을 약속했다. 먼로 교수는 고심 끝에 NEA로부터 2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아 2015년 ‘아이온큐(IONQ)’를 세웠다.
아이온큐는 먼로 교수와 한국인 김정상 듀크대 교수가 공동 창업한 양자컴퓨터 기업이다. 양자컴퓨터는 슈퍼컴퓨터에 비해 연산 속도가 수백만 배나 빨라 복잡한 계산이 요구되는 인공지능(AI)과 신약 개발, 금융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기존 양자컴퓨터의 경우 영하 273도 이하의 극저온에서만 가동하기 때문에 거대한 냉각 장비를 갖춰야 한다. 하지만 아이온큐는 전자기장으로 이온을 잡아두는 ‘이온 트랩’ 기술을 이용해 상온에서도 사용 가능한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스팩(SPAC) 합병을 통해 뉴욕 증시에 상장해 세계 최초의 순수 양자컴퓨터 스타트업으로 유명해졌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210만 달러에 순손실 1억 62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은 매출이 올해 1100만 달러에 이어 내년에 1800만 달러로 불어나는 등 급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월에는 시사 주간지 ‘타임’으로부터 남다른 기술력을 인정받아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 100선’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 회사는 국내 대기업들은 물론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골드만삭스 등과도 제휴해 국내 투자자들로부터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아이온큐가 공매도 투자사인 스콜피온캐피털의 공매도 보고서로 주가가 급락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콜피온은 아이온큐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양자컴퓨터라는 주장은 사기”라고 공격했다. 첨단 신기술을 자랑하는 기업도 공매도 투자사의 공격에 휘청이는 판이다. 아이온큐의 사례는 기업이 시장의 불신을 걷어내고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초격차 기술과 고급 인재를 확보하는 길밖에 없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다.